매일신문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새(新)와 새(鳥)

연휴 마치고 오자 교무실 옆 자리에 있는 교무부장이 뜬금없이 묻는다. "민 선생, 중국에는 양을 많이 키우는데, 기후가 비슷한 우리나라에서는 왜 안 키우는지 아나?" 진지하게 묻지만 요즘 말하는 아재 개그를 열심히 하시는 분이라 학술적인 내용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는 것만 짐작할 뿐이다. 이런 류의 이야기들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니면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정답이 뭔지 물어보면 이렇게 답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양도 소득세'를 내야 하니까." 이런 아재 개그는 아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요즘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 집에 가면 초등학교에 다니는 막내가 '아빠 한 번 맞혀 보세요.'라며 문제를 낸다. '바람이 가장 귀엽게 부는 동네는?' '분당~.', '서울이 추울 때 하는 말은?' '서울 시립대~.' 등등.

이런 언어유희들은 우리말에서 음은 같지만 뜻은 다른 '동음어'를 이용한 것이다. '춘향전'에서 월매가 거지가 되어 돌아온 이몽룡을 가리키며 "네 서방인지 남방인지 거지 하나 왔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보면 '서방'을 '서방'(西方)으로 보고 '남방'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도 동음어를 이용한 언어유희의 한 모습이다. 가끔씩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들도 이런 언어유희를 이용하기도 한다. 파일 압축 프로그램인 알집이 설치된 컴퓨터에서는 폴더를 더 만들기 위해 '새 폴더'를 실행하면 '직박구리, 나무발발이, 논병아리, 고니, 느시'와 같은 이름의 폴더가 만들어진다. 이것들은 모두 새[鳥] 이름들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새[新] 폴더'를 만들려고 한 것을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은 '새[鳥] 폴더'가 생성되도록 한 것이다. 아마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은 좋게 말하면 엉뚱하면서 재치 있다고 할 수 있고, 그냥 말하면 아주 썰렁한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국어 선생님들이 시험 문제를 낼 때 늘 논쟁이 붙는 것이 단음으로 발음하는 '새'와 장음으로 발음하는 '새'가 동음어인가 하는 문제이다. 우리말에서 모음의 장단은 비분절 음운이라고 하여 문자로 나타내지는 않지만 음운으로 취급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두 '새'는 동음어가 아니다. 그리고 '깊이'와 '기피(하다)'처럼 형태나 철자는 다르지만 동음어인 경우도 있고, '낮'과 '낯'처럼 뒤에 오는 말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음운 현상에 의해 일시적으로 동음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전국 단위 시험 문제에서 동음어에 대한 문제를 낼 때는 이런 애매한 부분은 빼고 확실한 부분만으로 문제를 낸다. 여기에 대해 음운론 전공자들은 완전 동음어, 이철자 동음어, 부분 동음어로 나누어 동음어를 설명하기도 한다. 그리고 언어유희나 문학적 표현에서는 소리의 장단을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동음어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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