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탄허 스님의 예언

불교계 고승으로 추앙받는 탄허(1913~83) 스님은 1975년 꽤 유명한 예언을 하나 남겼다. "월악산 영봉(靈峰) 위로 달이 뜨고 이 달빛이 물에 비치면 30년 후쯤 여자 임금이 나타난다. 여자 임금이 나오고 3, 4년 있다가 통일이 된다."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충북 제천에 위치한 월악산 주변에는 달빛이 비칠 만한 호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자 대통령이 나온다는 생각 또한 1970년대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1970년대 후반 충주댐 공사가 시작돼 1983년 완공됐다. 월악산 주봉 위로 떠오른 달빛이 충주댐 인공호수에 비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충주댐이 완공된 지 30년이 지난 2013년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됐다. 예언이 실현된 것이다.

사람들은 탄복했고 통일 예언도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탄허 스님 예언대로라면 2016~17년 사이에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 아직 두 달여의 시간이 남아 있는데, 하지만 시국 상황을 보면 통일은커녕 북핵 위기로 전쟁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어떤 호사가는 통일 시기를 놓고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여자 임금이 나오고 3, 4년이 지나서가 아니라, 여자 임금 치세 이후 3, 4년 뒤 즉, 2020~21년에 통일이 실현된다는 풀이다.

탄허 스님의 통일 예언을 보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청와대 신년 기자회견에서 거론한 '통일 대박론'이 떠오른다. 참모진도 전혀 예상치 못한 돌출 발언이었다. 국민들은 일국의 대통령이 극비 정보나 근거도 없이 섣불리 통일 대박론 같은 말을 꺼내지 않았으리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그건 허망한 기대였다. 통일 대박론도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작품이라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났다.

주술과 민속신앙 등에 관심이 많았던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탄허 스님의 예언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탄허 스님이 예언한 통일 시기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전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재임 중 통일을 성사시킨 위대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단임제 한계를 넘어 통일 한국의 초대 지도자가 되는 꿈을 꾸었던 것일까.

하지만 박 정부의 대북정책론의 상징과도 같은 통일 대박론에 매겨진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박 전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을 내세우며 출범한 통일준비위원회가 운영은 엉망이고 138억원의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지적됐다. 뜬금없이 등장했던 통일 대박론의 결과가 참으로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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