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0년 전 조선시대 전라도의 한 선비가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에 대한 슬프고 애틋한 마음과 그리움을 시로 쓴 일기가 경상도에서 발굴돼 한글번역본으로 다시 태어났고(본지 2015년 12월 1일 자 9면 보도), 이 책의 출판기념회가 이 선비의 고향에서 열린 데(2015년 12월 15일 자 8면 보도) 이어 원본이 14일 선비의 후손인 문중대종회 품으로 돌아갔다.
선비 임재당(任再堂'1686∼1726)이 일기 형식으로 쓴 도망시(悼亡詩: 죽은 아내를 슬퍼해 지은 시)의 학술적 가치를 확인하고, 지역 자원화할 가능성을 탐색해보는 학술대회도 14일 전남 보성군 서편제보성소리전수관에서 열렸다.
임재당은 21세 때 결혼한 홍처일의 딸(1683∼1724)이 숨지기 열흘 전인 갑진년(1724년) 6월 20일부터 1726년 5월 1일까지 부인을 잃은 슬픔과 그리움을 일기 '갑진일록'에 남겼다. 22장 44쪽의 정자체 한자로 쓰여진 갑진일록은 1724년 8월 2일 자부터는 시로 쓰기 시작했다. 모두 67제 104수가 실려 있고, 그중 2수는 임재당의 넷째 형이 적었다.
'갑진일록'은 일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사료를 수집해오던 (사)나라얼연구소 조원경(60) 이사장이 2014년 우연히 고서적 경매 사이트에서 발견했다. 조 이사장은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눈물겹게 써내려간 임 선비의 시에 감동해 이듬해 한글번역본인 '나 죽어서 당신 만나면 이 슬픔 그치겠지요'를 출판했고, 출판기념회가 2015년 12월 임재당의 고향인 전남 보성에서 열리는 등 이후 영'호남 민간교류로 이어져 주목받았다. 그리고 (사)나라얼연구소는 14일 학술대회에 앞서 일기인 갑진일록과 장흥임씨 경인대동보(庚寅大同譜) 서문을 장흥임씨대종회에 기증했다.
장흥임씨 대종회 임정모 회장은 "약 300년 전 선조가 쓰신 갑진일록이 경상도 경산의 조원경 나라얼연구소 이사장에게 발굴돼 한글번역본으로 세상에 선보였고, 오늘 문중 품으로 돌아와 무척 기쁘다"고 했다.
조원경 이사장은 "경북 안동의 400여 년 된 무덤에서 발견된 '원이 엄마의 편지'가 남편을 그리워한 사부(思夫)의 편지라면 임재당 일기는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300여 년 전의 매우 독창적인 사부(思婦) 일기"라며 "스토리텔링과 문화콘텐츠로 활용할 엄청난 자료가 가문과 지역을 넘어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박규홍 경일대 교수는 "언어의 한계를 넘는 슬픔이 담겨 있다. 시대를 뛰어넘어 동서고금에 드문 절절한 부부애의 특별한 경지를 보여준 정신문화의 유산으로 자리매김해도 좋다"고 했다. 임미정 연세대 강사는 "일기 속에 시 102수가 수록된 덕분에 전후 사정과 배경을 함께 고찰할 수 있어 연구가치가 높다. 현전 도망시가 300여 수 정도인 상황에서 임재당의 도망시 102수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고, 새로운 연구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했다.
다양한 장르에서 활용이 필요함을 강조한 박인기 경인교대 명예교수와 임선하 서경대 초빙교수는 "원이 엄마의 한글편지가 박물관 전시, 테마공원, 테마길, 영화, 오페라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며 "임재당의 도망시도 교과서 소개와 극'영화'뮤지컬 제작, 가칭 부부사랑박물관 건립 등 지역연계형 체험벨트로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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