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 대한 국정감사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자격'을 둘러싼 논란 끝에 파행된 것은 오롯이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이다. 국회가 인준안을 부결시킨 김 권한대행의 후임자를 지명하지 않고 권한대행 체제 유지를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이는 헌법에 따라 대통령이 지명한 공직 후보자를 거부할 국회의 정당한 권한을 부정하는 것이다.
물론 헌재 규칙에는 헌재소장 자리가 빌 경우 재판관 회의에서 권한대행을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 조처일 뿐이다. 김 권한대행 체제 유지 결정도 이런 절차를 거쳤다. 문제는 지금이 그런 비상 상황에 해당하느냐이다. 누가 봐도 지금이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로 가야 할 만큼 '비상 상황'이 아니다. 새 후보자를 지명하면 되는 지극히 평상적인 상황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권한대행 선출은 '임시 조치'이다. 이는 권한대행 체제가 새 헌재소장의 지명 때까지 '한시적'이며 그 기간은 최대한 짧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김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그 기간은 특정하지 않았다. 그의 재판관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9월 19일까지 가겠다는 것이다. 임시 조치여야 할 권한대행 체제를 상시 체제화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할 불가피하거나 특별한 이유는 찾을 수 없다. 있다면 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청와대 내부 사정뿐이다. 이 때문에 국회가 거부한 인물을 권한대행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헌재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인식, 헌법 질서의 존중과 준수보다 '코드'를 우선하는 왜곡된 인식을 잘 보여준다.
헌재 국감이 파행되자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수모를 당한 김 권한대행께 대통령으로서 정중하게 사과한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이 김 권한대행에게 국감장에서 나가라고 한 것을 '수모'라고 한 것이다. 그것이 수모라면 그 원인 제공자는 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이 김 권한대행 체제 유지를 고집하지 않았다면 그럴 일도 없었다. 이런 논란을 끝내는 길은 문 대통령이 자신이 아닌 국민의 '코드'에 맞는 중립적 인물을 조속히 새 헌재소장 후보로 지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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