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빚 수렁에 허덕이는 이들의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정부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당장 내년 1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현행 연 27.7%에서 24%로 낮아진다. 하지만 정부 의도와 달리 최고금리 인하가 서민들을 오히려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선동 의원(자유한국당)에 따르면 최고금리를 연 24%로 낮췄을 경우 34만8천여 명이 금융권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향후 5년간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단계적으로 낮출 방침인데, 이 수준까지 내려가면 제2금융권의 신규 대출은 86.6%로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총 107만 명의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불법 사금융 시장은 팽창 일로다. 불법 사금융 이용자는 2015년 33만 명에서 2016년 43만 명으로 1년 새 30.3% 증가했고, 이용 금액도 같은 기간 11조원에서 24조원으로 불어났다. 대부업법 최고금리가 2007년 66%에서 올해 27%대까지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대부업체들이 수익성 방어를 위해 대출 심사를 강화한 결과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옮겨간 것이다.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는 정책의 방향은 옳지만 인하 속도가 문제다. 일본의 경우 40%이던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낮추는 데 20년이나 걸렸지만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2010년 40%이던 법정 최고금리를 24%로 낮추는 데 7년밖에 걸리지 않아 시장 충격에 대비할 시간이 절대 부족했다. 정부는 5천400억원의 서민금융진흥원 정책자금을 활용해 충격을 완화하겠다지만 이 금액으로는 연간 30만 명 정도만 이용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제2금융권을 이용하던 저신용자들이 법정 최고금리를 아예 안 지키는 불법 사채시장으로 넘어가게 되면 그 부작용과 후유증은 극심할 수밖에 없다. 서민 경제의 비용 부담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반드시 추진해야 하지만 정책자금 확대 방안 등 금융 취약층 보호를 위한 세심한 배려와 보완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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