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수술로 바쁜 틈 타 연구 활발
2년 6개월간 연구논문 20편 넘어
"소외된 분야서 성과낼 때 성취감"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연구 몰두
종합병원 의사가 연구에 매달리긴 상대적으로 어렵다. 연구할 시간이 보장되는 대학병원 교수와 달리 매주 4, 5일은 외래 진료나 수술에 매달려야 한다. 특정 질환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류의 환자를 진료해야 하고, 선배 교수의 조언을 구하기도 어렵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박동휘(35) 대구파티마병원 재활의학과 과장은 활발하게 '연구'와 '임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지난 2년 6개월 동안 그가 써낸 연구논문은 20여 편이 넘는다. 게다가 루게릭병과 같은 신경근육병은 물론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초음파 진단 등 재활의학과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분야들이다. 그는 "매일 오후 10시가 넘어야 집에 가고, 어제도 오전 4시까지 논문을 썼다"면서도 "남들이 잘 하지 않는 분야에서 성과가 보일 때 더 희열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웃었다.
◆소외받는 난치병 질환에 치료에 관심
박 과장이 가장 관심을 두는 분야는 루게릭병 등 신경근육질환이다. 루게릭병은 온몸의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하는 질환으로 온몸의 근육이 위축되다가 호흡 근육이 마비돼 사망한다. 그는 루게릭병 환자의 기도에서 횡경막까지 근전도검사를 실시, 전기 자극이 전달되는 시간을 분석해 루게릭병 환자가 호흡곤란을 겪기 전에 감지하는 방안을 고안했다. 호흡기 근육 신경에 병이 침범하는 걸 미리 알면 루게릭 환자의 수명을 2, 3개월가량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과장은 "소외된 환자들을 돌보는 게 재활의학과"라고 했다. "심한 질병을 앓은 환자들은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어요. 팔이 저리거나 하반신이 마비된 후 대소변 조절이 어렵기도 하고요. 그런데 다른 진료과에서는 그런 불편을 해결해주지 않아요. 재활의학과는 환자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돌보며 정서적인 지지를 합니다."
박 과장은 기존 진료 방식을 보완해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재능을 보인다. 그는 관절의 연골이 찢어지는 관절와순 파열을 초음파로 진단해 주목받았다. 보통 관절와순 파열은 MRI 촬영을 하지 않으면 찾아내기 어렵다. 박 과장은 관절강 안에 혈장 성분을 넣어 찢어진 연골이 물풀처럼 나풀거리는 모습을 초음파로 찾아내는 방식을 고안했다. "초음파 검사로 찾아내면 환자는 비싼 MRI를 찍지 않아도 통증의 원인을 확실히 알 수 있어 좋죠."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 통증 줄이기 기대
박 과장은 요즘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의 통증을 줄일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교감신경계 질환으로 가벼운 자극에도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마약성 진통제도 잘 듣지 않을 정도로 고통이 심하지만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질환이다. 박 과장은 동물실험을 통해 환자들의 신경염증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특히 암 환자의 면역 조절에 사용되는 항염증 단백질인 인터루킨10을 쥐에 주사해 통증 감소와 신경염증을 줄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박 과장의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국가연구비 지원 사업에 선정돼 3년 동안 1억5천만원을 지원받는다. 그는 인터루킨10 외에도 두 종류의 단백질을 더 실험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바이러스나 유전자 치료로 체내에서 항염증 단백질이 발현되도록 하는 수준이다. 그는 "종합병원에 있으니 오히려 '내 연구'를 할 시간이 많다"고 했다. "절대적인 연구 시간은 대학에 비해 적죠.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연구에 투자할 시간은 훨씬 더 많아요."
해외 연수도 구상 중이다. 향후 신경근육병으로 유명한 미국의 연구소를 찾아 1년 정도 연수를 하는 계획도 세웠다. 박사 과정도 임상 분야가 아닌 경북대 의과대 약리학교실에서 기초과학 과정을 밟고 있다. 박 과장은 "임상을 하다 보면 보다 근본적인 연구를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고 했다. "약리학교실에 와 보니 기초 분야 교수님 중 루게릭병의 유전자 단백질 원인 실험을 하고 계신 분이 있더라고요. 제가 관심 있는 분야의 기초 연구에 참여하게 됐어요.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요." 그는 "앞으로 신경근육병 환자들의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거나 예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복합부위통증증후군도 통증의 원리를 연구해 치료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동휘 과장
▷1983년 대구 출생 ▷경북대 의과대 재활의학과 석사 ▷대구파티마병원 인턴'전공의 수료 ▷전 분당서울대병원 전임의 ▷대구파티마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대한재활의학회 정회원 ▷대한심장호흡재활의학회 우수구연상(2016) ▷대한재활의학회 우수포스터상(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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