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 심장질환

찬바람 불면 가슴이 따끔…심장혈관 좁아졌단 신호

경산에 사는 김분이(75) 씨는 요즘 들어 집 안에만 머무는 날이 부쩍 잦아졌다. 가장 중요한 일과였던 '자전거 타고 경로당 가기'도 포기한 지 오래. 김 씨가 집 안에 틀어박힌 건 원인 모를 가슴 통증 탓이었다. 쌀쌀해진 날씨에 찬바람을 맞을 때마다 가슴이 조이는 듯한 통증을 느꼈던 것. 가족들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은 김 씨는 관상동맥질환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심장은 기온 변화에 민감하다.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돼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 공급을 방해하고, 혈압이 높아져 심장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특히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는 심장질환이 악화되거나 대동맥 박리 등 혈관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모두 사망률이 높고 무서운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들이다.

◆찬바람 불 때 가슴이 아프다면 심혈관 질환 의심해야

갑자기 찬 공기에 노출되면 우리 몸의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이때 말초동맥이 수축하고 혈관 저항이 높아지면서 혈관이 수축되는 현상이 반복된다. 또한 혈액 흐름이 방해를 받아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동맥경화도 일어난다. 동맥경화로 좁아진 혈관이 피떡으로 막히면 뇌경색이나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따뜻한 곳에 있다가 갑자기 찬바람을 맞으면 심장 혈관이 좁아지고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아 가슴 통증을 느끼게 된다. 혈압이 높아지면서 심장의 부담이 커져 협심증이 악화되거나 급성 심근경색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잠에서 깨는 아침은 자는 동안 이완돼 있던 신체의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심장에 더욱 부담을 준다.

실제로 대구 지역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선 일교차가 5℃ 이상 벌어질 때마다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입원이 6.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기온도 영향을 미친다. 평균 기온이 5도 내려갈 때마다 심근경색 입원 환자는 평균 5.6% 늘어난다.

◆돌연사의 주범, 급성심근경색

심혈관 질환은 암과 뇌혈관 질환에 이어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 원인 3위를 차지한다. 특히 돌연사로 숨진 사람 10명 중 8명은 동맥경화증에 따른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맥경화증은 동맥 혈관 내벽에 기름 찌꺼기(콜레스테롤)가 끼면서 혈관이 점점 딱딱해지고 좁아져 혈액순환이 되지 않는 질환이다. 특히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동맥경화가 생기면 운동이나 야외활동을 할 때 혈액 공급이 잘되지 않아 협심증을 겪을 수 있다. 이때 동맥경화증이 터지면서 생긴 피떡이 관상동맥을 막으면 심장근육이 죽는 심근경색증이 일어난다. 40, 50대 중년층이 돌연사하는 원인 중 80%가 급성심근경색이고, 심근경색으로 심정지가 온 환자 중 절반은 병원에서 목숨을 잃는다.

심근경색은 초기 증상이 있다. 찬바람을 맞았을 때 가슴이 뻐근하고 두근거리거나 가벼운 운동에도 가슴을 쥐어짜는 느낌과 묵직한 통증을 느낀다면 심장에 부담이 간다는 뜻이다. 걷지 못할 정도로 호흡 곤란을 느끼거나 구토를 하는 경우, 가슴 통증이 목이나 어깨, 팔 등으로 번지며 식은땀이 나는 경우에도 빨리 응급실을 찾는 것이 좋다. 심근경색의 골든 타임은 3~6시간이다.

평소 심장 질환이 있다면 약물 복용을 꾸준히 해야 한다. 약물치료를 하고 있는데도 증상이 심해지거나 악화되면 반드시 적극적인 치료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환자라면 혈관조영술 등의 검사를 즉시 받고, 관상동맥스텐트시술이나 관상동맥우회술 등의 치료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런 치료법들은 막힌 혈관을 근본적으로 뚫어주므로 위험한 상태에 이르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아침 운동 피하고, 증상 느끼면 병원으로

날씨가 추운 날 오전에는 혈압이 높아지므로 운동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외출할 때도 급격한 기온 변화로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모자와 마스크, 목도리를 착용한다. 그러나 춥다고 너무 위축되면 심장이 약해지고 혈압이나 혈당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가벼운 실내 운동을 하거나 따뜻한 오후에 산책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운동 전에는 10분간 맨손체조나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 심장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운동 중에 가슴이 답답하거나 호흡 곤란 등이 느껴지면 즉시 순환기내과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사는 싱겁게 하되, 가능하면 육류나 기름기를 줄이고 신선한 야채나 과일, 생선 위주로 식단을 짜는 것이 도움이 된다. 기존에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등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면 임의로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혈압 관리도 반드시 필요하다. 혈압은 보통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철을 기점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기온이 10도 떨어지면 혈압은 13㎜Hg 정도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혈압의 급격한 상승은 뇌'심근경색이나 협심증'대동맥박리증'심부전 등 심혈관계 질환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추운 날씨에 평소 느끼지 못했던 가슴 통증 등의 증상을 겪는다면 가볍게 여기지 말고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면서 "가슴 통증만큼은 '빨리, 빨리'라는 한국인의 급한 성격이 미덕이 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이장훈 경북대병원 권역심뇌혈관센터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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