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론화위 유감

신고리 원전 5, 6호기의 운명이 20일 결정될 예정이다. 공론화위원회는 13일부터 2박 3일간 471명의 시민참여단이 참석한 가운데 합숙 종합토론을 거쳐 마련한 최종 권고안을 20일 정부에 제출한다.

공론화위원회가 채택한 방법은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피쉬킨(Fishkin) 교수가 개발한 숙의여론조사(deliberative opinion poll)에 기초한 것으로, 일견 단순한 여론조사나 주민투표에 비해 보다 성숙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법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건설 중인 신고리 원전 5, 6호기의 건설공사 지속 여부는 처음부터 공론화 여론조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안이었다. 정부는 공론화 여론조사의 예로 독일의 사용후 연료 처분장 선정 공론화 과정을 제시하였으나, 이는 정책 결정에 앞서 공론화 여론 수렴을 한 것이지, 신고리 원전 5, 6호기처럼 합법적 정책 결정 과정을 거쳐 결정된 사항을, 그것도 공사가 30% 가까이 진행된 사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신고리 원전 5, 6호기의 공사 지속 여부가 아니라 탈원전 정책을 두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책 결정을 하겠다고 한다면, 이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방법이 되리라 생각한다.

둘째, 공론화 여론 수렴이 성공하려면 시민참여단에게 충분하고 균형된 정보 제공이 전제되어야 한다. 원전을 반대하는 대다수 국민의 반대 이유는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제대로 된 숙의가 되자면 최소한 원전 안전 전문가에게 원전의 안전성 여부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할 기회를 준 후, 질의'응답을 통해 철저히 안전성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공론화위원회는 이러한 검증 과정 대신 시민단체가 제공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왜곡된 동영상을 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홍보를 하고 있다. 미국산 소가 광우병을 유발하는지 여부에 대한 전문가의 설명 없이, 미국산 소를 먹고 광우병에 걸렸다며 처참한 몰골을 한 환자의 동영상만 보여주고, 숙의를 거쳐 표결을 한다면 이것이 과연 제대로 된 공론화 여론 수렴이라 할 수 있겠는가?

셋째, 중립성에 관한 문제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며 오랜 연구 및 실무 경험을 가진 원전 전문가나 원전 이해관계자는 시민참여단에서 모두 배제시켰다. 그렇다면 공사 재개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중에서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격렬하게 원전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도 배제시켰어야 균형을 맞춘 시민참여단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공론화위원회 위원장 임명 당시부터 일부에서는 위원장의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였지만, 위와 같은 시민참여단 구성 방식이나 시민단체의 왜곡된 동영상 홈페이지 게재는 위원회의 중립성을 의심받게 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원전올림픽'이라 불리며 세계 원전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총회가 14일부터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었건만, 행사 홍보는 고사하고 행사장에 현수막 한 장 내걸지 못하도록 해 놓고, 대통령과 주무장관은 연일 탈원전을 외치는 것은 처음부터 운동장을 비스듬히 만들어 놓고 말로만 공정한 게임을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정부는 공론화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를 따르겠다고 한다.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은 15일 시민참여단의 선택을 존중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그러나 공론화위원회는 공론화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안을, 중립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방법으로 진행함으로써 국론 분열과 갈등만 심화시켰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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