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 포스트 차이나, 러시아 시장 개척해야

계성고 졸업. 영남대 영어영문학.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 수료. 핀란드 알토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주)킨텍스 마케팅본부 부사장. 코트라 러시아CIS지역본부 본부장 겸 모스크바무역관장. 코트라 런던무역관장
계성고 졸업. 영남대 영어영문학.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 수료. 핀란드 알토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주)킨텍스 마케팅본부 부사장. 코트라 러시아CIS지역본부 본부장 겸 모스크바무역관장. 코트라 런던무역관장

美 자국우선주의 中 사드 갈등

한국기업들 새 시장 개척 필요

지리적 인접'거대 인구 러시아

경기회복 전 지금이 진출 기회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정부가 주관하는 동방경제포럼에 초청받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이후 러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자국우선주의 정책에 따라 날이 갈수록 보호무역주의를 확대하고 있고, 중국에서는 사드(THAAD) 갈등으로 인해 우리 기업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열린 블라디보스토크 행사는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러시아 시장 진출의 필요성을 일깨운 논의의 장이었다.

러시아는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인구 1억4천만 명의 자체 소비시장과 상호보완적인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어 '포스트 차이나'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시장 개방 직후인 1992년 약 2억달러로 시작한 한러 양국 간 교역은 20년 만에 약 100배가 늘어난 224억달러 규모로 증가하였다. 우리나라의 대러시아 수출도 2011년도에 사상 최초로 100억달러를 돌파하였다. 확대일로에 있던 한러 간 무역이 2014년 3월을 기점으로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러시아가 전략적 요충지인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무력 점령한 후 크림의회에서 국민투표를 거쳐 러시아로 합병을 결정함에 따라 유럽연합(EU)과 미국이 경제제재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2014년 8월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하던 국제유가가 불과 수개월 만에 50∼60달러로 급락함에 따라 에너지자원 수출 의존형 국가인 러시아가 직격탄을 맞았다. 루블화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러시아의 전반적인 경제지표도 바닥을 보였다. 이후 한러 양국 간 교역 규모도 크게 감소하여 지난해 대러 수입은 86억달러를 기록했으며, 대러 수출은 47억달러로 전성기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한때 한국의 10대 수출국이던 러시아가 22위로 내려앉았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2016년 말 한 차례 기한 연장을 거쳐 지난 6월 EU 정상회의에서 또다시 제재 기간을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로써 러시아 경제는 연장 시한인 내년 1월 말까지는 새로운 활로를 찾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지하자원 부국으로 GDP의 30%, 수출의 67.5%가 에너지자원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세계 전체에서 가스 35%, 석유 24%, 석탄 22%, 곡물 20%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의 지하자원 보유량이나 인구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잘살지 않을 수 없는 나라임에도 부패지수가 매우 높고 관료주의가 팽배하여 1인당 국민소득이 아직도 8천달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러시아는 체제 전환 이후 제조업 관련시설이 붕괴되어 대부분 공산품과 소비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상류층을 제외한 일반인의 구매력이 취약하여 중저가 제품이 선호되는 시장이다. 한국산 전자제품과 자동차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러시아 소비자의 한국 상품에 대한 인지도는 좋은 편이다.

러시아가 우리나라 중소기업엔 매우 적합한 시장임에도 아직도 우리에겐 익숙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어렵다고 알려진 러시아어의 장벽과 1년에 6개월 정도가 춥고 치안이 불안하다는 선입견으로 인해 우리 기업이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처음으로 러시아와 일반여권 사증 면제 협정을 체결하여 지난 2014년부터 우리 국민은 러시아에 비자(Visa) 없이 1회 최대 60일까지 체류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이 많다.

당분간 한국의 대러 수출환경은 호의적이지 않다. 루블화의 가치가 러시아 경제가 활황세를 보이던 2011년과 비교하면 아직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지 시장 진출은 오히려 지금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돌입하면 그때는 이미 늦게 된다. 최근 국제유가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머지않은 장래에 서구의 경제제재가 해제된다면 러시아 시장은 급속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러시아 정부도 더 이상 자원의존형 경제구조로는 국가의 지속발전이 어렵다고 보고 에너지효율화, IT, 의료, 핵 원자력, 우주항공 등 5대 핵심 산업의 현대화 정책을 적극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 우리 대구경북지역 기업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의료기자재, IT, 기계, 자동차부품, 소비재 분야에 있어 중국 대체시장 다변화를 위한 러시아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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