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우면서 즐기는 답사여행] 강원도 영월

법흥사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법당으로 우리나라의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이다.
법흥사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법당으로 우리나라의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이다.
법흥사 가는 길목인 무릉리에는 관광객이 거의 찾지 않는 요선정이 있다. 왼쪽에 장닭같이 생긴 기이한 모양의 바위가 있다.
법흥사 가는 길목인 무릉리에는 관광객이 거의 찾지 않는 요선정이 있다. 왼쪽에 장닭같이 생긴 기이한 모양의 바위가 있다.

고구려와 신라의 영토 다툼의 접경지역으로 '편안하게 넘어라'는 뜻의 영월은 예부터 풍류와 해학이 넘쳐흐르고 산이 높고 물이 맑아 산고수청(山高水淸)의 고장이라 부른다. 군 단위 행정구역 중에서 '책박물관'을 위시해 가장 많은 20여 개의 박물관이 곳곳에 있다. 방랑시인 난고 김삿갓을 배출한 곳이며, 어린 단종이 유배되어 죽임을 당한 슬픈 역사의 산교육장이기도 하다. 수려한 경관은 어느 곳 못지않게 뛰어나 가도가도 또 가고픈 명승이 많은 고장이다. 역사탐방 및 학습테마 여행지로 제격인 영월을 올가을 여행지로 강력 추천하며 오늘은 적멸보궁 법흥사, 신선이 노닐던 요선정, 서강(西江)의 명승으로 답사여행을 떠난다.

◆적멸보궁 법흥사

'삼국유사'에 의하면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석가모니의 진신사리와 가사를 전수받았다. 선덕여왕 12년(643)에 귀국하여 오대산 상원사, 태백산 정암사, 양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에 사리를 봉안하고 마지막으로 영월에 법흥사(法興寺)를 창건하여 진신사리를 봉안했다. 통상 이를 우리나라의 5대 적멸보궁(寂滅寶宮)이라 한다.

이 밖에 건봉사, 용연사, 도리사, 대견사, 다솔사, 장안사, 법계사 등 많은 곳에 적멸보궁이 있다. 적멸이란 모든 번뇌가 남김없이 소멸되어 고요해진 열반의 상태이며 보궁은 보배 같은 궁전이란 뜻이다. 즉 적멸보궁이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법당을 말한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으므로 불단(수미단)은 있지만, 불상이나 후불탱화를 모시지 않는다. 법당 바깥이나 뒤쪽에 사리탑을 봉안했거나 계단(戒壇)이 있다.

법흥사가 위치한 영월군 수주면 법흥리는 주천면 소재지에서 북쪽으로 약 16㎞의 깊은 계곡에 자리하고 있다. 주천을 끼고 가는 길은 경치가 일품이다. 절 오른편으로 시원스럽게 쭉쭉 뻗은 적송과 전나무 군락을 300m 정도 오르면 적멸보궁을 만난다. 선원 뒤로 보이는 사자산은 '네 가지 재물(산삼, 옻나무, 꿀, 식용 흰 진흙)이 있는 산'이라 하여 사재산(四財山)이라 불렸다. 적멸보궁 뒤에는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했다는 사리탑과 자장율사가 수도했다는 토굴이 있다. 여기서 내려다보이는 사자산의 연봉과 송림으로 덮인 산하는 시원하고 통쾌하다. 1902년 비구니 대원각이 다시 중건해 법흥사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눈여겨볼 부분은 보물 제612호로 지정된 징효대사 부도비이다. 이 비는 보존 상태가 양호하며 지대석과 귀부는 하나의 돌로 되어 있다. 살아있는 듯한 거북 모양 귀부는 콧대가 우뚝하고 두 눈을 부릅뜬 조각이 익살스럽다. 곁에 있는 경쾌한 느낌을 주는 징효대사 부도도 눈길을 끈다.

◆요선정(邀仙亭)

법흥사 가는 길목 수주면 무릉리에는 관광객이 거의 찾지 않는 보배 같은 정자가 송림에 숨어 있다. 주천과 법흥천이 만나는 지점에 약 60m 낭떠러지 위의 그림 같은 조그마한 정자가 요선정이다.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41호인 이 정자는 무릉리에 거주하는 요선계 계원들이 중심이 되어 1915년에 건립하였다.

남한강 지류인 주천강의 상류인 이곳은 골이 깊고 경치가 아름답다. 조선왕조 19대 임금 숙종의 어제시(御製詩)가 있으며 조선시대 문예가 봉래 양사언이 풍광에 취해 '요선암'이라는 글씨를 새겨놓았다. 어제시는 숙종이 직접 하사하여 청허루에 있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청허루는 붕괴되었고 현판은 일본 순사가 보관하게 되었다. 요선계 회원들이 일본 순사에게 많은 대금을 지불하고 이를 매입한 뒤 봉안하기 위해 요선정을 건립하였다 한다.

요선정 앞에는 창건 연대를 알 수 없는 작은 삼층석탑이 있고, 옆에는 장닭같이 생긴 기이한 모양의 바위가 있다. 이 바위에는 통통한 두 눈, 큼직한 입과 코, 큰 귀의 마애여래좌상이 도톰하게 양각되어 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입상으로 보인다. 하체는 왜소하고 상체는 두툼하다. 팔공산 갓바위 부처처럼 자연석 모자를 얹어 놓았고 왼손을 들고 선서하는 듯한 모습은 고려시대 불상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곳의 백미는 시리도록 아름다운 경관이다. 비단결 같은 맑고 푸른 물, 운무 낀 산봉우리, 깎아지른 아스라한 바위절벽과 바위틈에서 끈질긴 삶을 이어오는 소나무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덤으로 절벽 밑 주천에는 천연기념물 제543호인 돌개구멍(포트홀)이 있다. 큰 너럭바위가 아니라 크고 작은 모양의 바위 구멍이 파여 있는 신기한 모양이다. 하천바닥이 기반암으로 되어 있으면 강물에 실려 온 자갈이 작은 기반암 구멍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계속 소용돌이치면서 바위를 깎아 단지 모양의 바위 구멍을 만든다. 희귀한 자연현상이므로 꼭 보길 권한다.

#서강 물길따라 명승 즐비

◆서강(西江)의 명승

남한에서 가장 큰 한강은 우리 민족의 큰 젖줄이다. 태백 금대봉 검룡소에서 출발한 물길은 영월에서 동강과 서강이 합류하여 남한강이 되어 남양주 팔당댐에서 북한강과 어우러져 서울을 동에서 서쪽으로 가로지른다. 오늘은 한강수계 중 오대산 우통수에서 시작된 서강의 아름다운 명승으로 떠나본다.

▷서강 한반도 지형=영월군 한반도면(구 선암면)에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 모습을 판박이처럼 닮은 지형이 있다. 바다 대신 강이 둘러쳐져 있고 동쪽 높은 절벽에 소나무가 울창한 반면 서쪽은 경사가 완만하다. 북쪽 백두산, 남쪽은 포항 호미곶과 같은 모습이 완벽하고 오묘하여 명승 제75호로 지정되었다. 주차장에서 우측 산길을 20분 정도 오르면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는 전망대에 도달한다. 내려오는 길은 순환 코스를 이용하면 서강을 우측에 끼고 올 수 있다. 오는 길에는 흔치 않은 회양목 자생군락지를 덤으로 만날 수 있다. 석회암지대가 발달한 북한 강원도 회양(淮陽)에서 많이 자랐기 때문에 회양목이라 부른다.

▷선돌=한반도 지형에서 물길 따라 30분 정도 내려오면 마치 큰 칼로 바위절벽을 쪼갠 듯한 절묘한 모양의 바위가 서강가에 우뚝 서 있다. 이 바위가 선돌(명승 제76호)이다. 높이 약 70m의 입석으로 신선암(神仙岩)이라고도 불린다. 휘돌아가는 푸른 강물과 눈 아래 펼쳐진 산하, 황금 들판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절경이다. 어린 단종이 유배길에 잠시 쉬었는데 우뚝 선 바위가 신선처럼 보였다고 하여 '선돌'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날골마을과 남애마을이 보이는 곳에 큰 장승처럼 우람하게 버티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1820년(순조 20) 문신 홍이간이 영월부사로 재임할 때 오희상과 홍작걸이 이곳을 찾아 구름에 싸인 선돌의 신기한 경관에 취하여 시를 읊고 암벽에 '운장벽'(雲莊壁)이라 글씨를 새겨 놓았을 만큼 멋스러운 곳이다.

▷청령포=선돌에서 20분 정도 물길을 따라 내려가면 삼면이 서강으로 둘러싸인 철창 없는 감옥 '청령포'가 있다. 1457년(세조 3) 삼촌 세조에 의해 상왕에서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어린 단종이 유배되었던 곳이다. 청령포에는 1763년(영조 39)에 세운 단종유지비에 영조가 직접 '단묘재본부시유지'(端廟在本府時遺止)를 써서 내린 오석비가 있고, 단종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슬피 우는 소리를 들었다는 천연기념물 관음송(觀音松'형제송)과 금표비, 망향탑이 당시의 애달픈 역사를 간직한 채 말없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울창한 송림과 깎아지른 바위산은 서강의 비경이다. 명승 제50호로 지정되었으며 조그마한 쪽배를 타야만 건너갈 수 있다.

♣ Tip

*가는 길: 대구중앙고속도 제천IC 법흥사(소요시간 약 3시간)

*법흥사, 요선정, 한반도 지형, 선돌, 청령포는 요선정을 제외하고 주차공간이 넉넉하다. 입장료는 청령포 어른 3천원이며 다른 곳은 입장료가 없다.

*영월초등학교 앞 강산회관(033-373-1010)은 정갈한 산나물 반찬 14가지가 나오는 산채비빔밥으로 유명하다. 1인분 1만원이다.

*하늘을 날고 싶으면 영월패러글라이딩(033-372-1119, www. 033-373-9111.com)을 이용하면 된다. 2인승 기본 코스 1인당 1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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