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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다른 대구 아파트 시장] 집값 급등 말하지만 실거래와 딴판인 '수치의 역설'

3분기 대구 아파트값 상승률이 세종을 제외한 비수도권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체감 상승률은 딴판이다. 단순 통계 수치를 기준으로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이 몰리고 있는 수성구 일대 아파트 전경. 매일신문 DB
3분기 대구 아파트값 상승률이 세종을 제외한 비수도권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체감 상승률은 딴판이다. 단순 통계 수치를 기준으로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이 몰리고 있는 수성구 일대 아파트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 아파트 매매 시장에 수치와 현실 간 괴리가 심화되고 있다. 올해 7~9월 대구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세종을 제외한 비수도권 1위로 나타난 가운데 공인중개업소 등 일선 현장의 체감 상승률은 통계 수치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동산업계는 장기간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대구 아파트값이 점차 반등하면서 통계 수치상 상승률이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분석했다. 업계는 이 같은 수치상 상승률이 지난달 5일 수성구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이어 늦어도 다음 달 도입 예정인 분양가 상한제 등 또 다른 규제를 야기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3분기 대구 아파트값 상승률 비수도권 1위

1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2분기부터 반등하며 하락장을 벗어났던 대구 아파트 매매가는 3분기에도 1.25% 올라 세종(2.31%)을 제외한 비수도권에서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어 제주 0.33%, 대전 0.32%, 강원 0.31%, 광주 0.27% 등의 순이었다.

부동산114는 이 같은 대구 아파트값 상승에 대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나온 6'19, 8'2대책의 풍선효과로 수성구 등 투자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수성구가 2.34%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중구 1.71%, 달성군 1.40%, 달서구 0.78%, 동구 0.73% 등의 순이었다. 수성구는 범어동, 황금동 등 학군과 주거환경이 좋은 아파트 위주로 매매가격이 상승했다. 중구는 급매로 나온 매물에 갭투자(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택의 매매 가격과 전세금 간의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 수요가 몰리며 매매가격이 올랐다. 최근 공급 물량이 많았던 달성군과 달서구도 적체된 매물이 소화되면서 아파트값이 상승했다.

면적별로도 모든 전용면적별 아파트값이 상승했다. 수성구 일대 대형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165㎡ 이상이 2.85%로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이어 99~132㎡ 미만 1.34%, 132~165㎡ 미만 1.16%, 66~99㎡ 미만 0.59%, 66㎡ 미만 0.28% 등의 순이었다.

◆대구 아파트값 정말 올랐나?

지난 2분기부터 비수도권 지역 대구 아파트값 상승률이 압도적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 체감 상승률은 상반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선 공인중개사들은 "통계 수치와 달리 시장 현장에서는 보합세 또는 지역별 약한 상승세가 맞는 표현"이라며 "장기간 하락세가 이어졌던 대구 아파트값을 지난 몇 개월간 상승세로 '급등' 운운하는 건 현실과 맞지 않다"고 했다.

실제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10월 9일 기준 올해 누계 상승률로 따져봤을 때 대구 아파트값은 오히려 0.08% 하락했다. 전국 6대 광역시 가운데 하락세를 나타낸 곳은 대구와 울산(-0.95%) 2곳뿐이다. 대구 경우 올해 5월까지 17개월 연속 장기 하락세가 이어진 탓이 컸다. 수성구의 올해 누계 아파트값은 1.04% 올라 대조를 보였지만 인천 1.98%, 대전 1.19%, 부산 1.18%, 광주 1.05%보다는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유로 일선 현장의 체감 상승률은 단순 통계 수치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며 "대구 아파트값은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기 시작한 지난 2012년 이후 2015년까지 급등 양상을 보이다가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장기 하락세로 돌아섰고 6월 이후부터 점차 회복하는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수치의 역설, 수성구 규제 강화 우려

이처럼 대구 아파트값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상승세 전환을 주도한 수성구에는 수치의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몇 개월간 단순 통계 수치 기준으로는 비수도권 가운데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히면서 정부 부동산 규제 1순위 지역으로 낙인찍히고 있는 것이다.

우선 9월 5일에는 세종을 제외한 비수도권 가운데 유일하게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당시 정부는 8'2대책 이후 수성구 아파트값이 비수도권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1.41%)을 보이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났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구 부동산업계는 단지 1개월간 단순 통계 수치로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문제라고 강력 반발했다. 1년간 주택가격 상승률로 판단할 때 1% 오른 수성구는 조정대상지역도 거치지 않은 채 바로 투기과열지구로, 7% 오른 부산은 앞서 8'2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대구 부동산업계는 이르면 이달 말 도입 예정의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가 도입하는 다른 부동산 규제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강남 집값 잡기에 매몰된 정부가 거시경제나 시장 여건을 두루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집값 변동률에만 매달려 부동산 규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경제 기반이 약한 대구 등 지방 부동산 시장 경우 지역 경기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통계 수치 분석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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