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IS의 몰락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참된 신자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 목표는 코란에 바탕을 둔 이슬람 율법 즉 '샤리아'에 따라 운영되고 '칼리프'가 통치하는 국가를 세우는 것이라고 믿는다. 칼리프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계승자를 뜻하는 말로, 원론적으로 '움마'라고 하는 전 세계 무슬림 공동체를 아우르는 주권국가의 통치자를 지칭한다. 이런 통치 체제는 이슬람 역사에서 632년 무함마드가 사망한 뒤 잠시동안 존재했다.

이를 회복하는 것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의 이념의 핵심이다. 이들을 포함해 시리아의 지하디('지하드' 곧 성전(聖戰)을 수행하는 전사)들은 그들이 이상적이라고 믿는 무함마드 사후 이슬람 통치 체제를 이끌어온 적통(適統) 칼리프들의 계승자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말하는 적통이란 무함마드를 계승한 아부 바크르 아스시디크(573?~634)부터 알리 이븐 아비 탈리브(601~661)까지 이슬람 역사 초기의 4명의 칼리프를 가리킨다.

이들은 초기 무슬림이란 뜻에서 '살라프' 즉 전범(典範)이라 부르며 이들을 따라 살려는 사람을 '살라피'라고 한다. IS는 바로 살라피들의 집단인 것이다. 살라피들이 추구하는 것은 윤리, 신앙, 관습 등 인간 생활의 모든 면에서 초기 칼리프들이 했던 대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무함마드가 치아를 닦을 때 잔 나뭇가지 끝을 벗겨 섬유질을 풀어내 솔처럼 만든 '미스왁'이란 도구를 사용했기 때문에 오늘날 무슬림은 칫솔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불신자의 처단도 필수적 의무다. 살라피의 목적은 전 세계에 이슬람 신앙을 정치적으로 실현하는 신정(神政) 체제 구축이다. 이를 위해 서구의 '불신자'(不信者)는 물론 시아파, 알라위파 등 수니파가 아닌 이슬람의 다른 종파에 대해서도 '파문'과 '참수'를 허용한다. IS가 외국 기자 등 '불신자'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참수했던 배경에는 바로 이런 이념적 토대가 자리 잡고 있다.

IS의 상징적 수도이자 중동 최후의 거점인 시리아 락까가 함락됐다고 한다. 지난 6월 이라크 모술 함락에 이은 IS의 결정적 패배다. 이로써 IS의 몰락은 시간문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IS는 쉽게 소멸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아랍 전문가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IS를 잠시나마 존재할 수 있게 한 것은 독실한 이슬람 신앙이 아니라 그것을 빙자한 폭력과 공포 조장이었다. 처음부터 지속 가능하지 않은 '국가'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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