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즐겁기는커녕 되레 눈살만 찌푸리게 하는 지역 축제

시끌벅적한 먹자판 '지역 축제'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하고 있다. 개성 있는 콘텐츠와 차분하면서도 깊은 인상을 주는 축제 분위기로 해마다 전국 각지에서 많은 관람객을 불러모으는 성공한 지역 축제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 지역의 고유한 콘텐츠 발굴이나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그냥 북적대는 축제나 시간 때우기식 축제가 대부분이어서 지역 축제를 바라보는 국민의 이미지와 시선이 갈수록 흐려지고 있다.

이런 축제일수록 관람객의 기호나 편의를 무시하고 먹자판 위주의 소란스러운 분위기에다 바가지 상혼 등 상업성이 판을 치는 경우가 많다. 분명 축제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이런 지역 축제는 전국 축제장이라면 어김없이 찾아다니는 장사치의 대목 판이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각 시'군이 축제의 본질 및 성격에 관한 깊은 이해도 없이 매년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으로 사람 끌어모으는데 혈안이 된 때문이다. 전국에서 수백 곳이 넘는 지역 축제가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다. 너도나도 축제를 급조해 건성으로 진행하면서 이런 현상을 빚고 있다.

지난주 경산체육공원 일대에서 열린 제7회 경산대추축제도 이런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물론 경산의 특산품 중 하나인 대추를 널리 홍보하는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주최 측인 경산시와 농업경영인연합회가 잘못된 축제 운영으로 큰 비난을 샀다. 기업형 천막 음식점이 공영주차장을 독차지해 관람객 불편을 키운 것도 모자라 LP가스 불법 사용 등 논란거리가 하나 둘이 아니다. 축제에 대한 이런 좋지 않은 인상이 누적되고 굳어질 경우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축제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오늘부터 이달 말까지 대구 시내 곳곳에서 '전통시장 가을축제'가 열린다. 서문시장, 칠성시장 등 대구의 크고 작은 36곳 전통시장이 참여하는 축제다. 이번 축제만큼은 시민이 함께 즐기는 분위기, 알찬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축제로 거듭나 지역 축제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하기를 당부한다. 아무런 변화나 개선 노력 없이 지역 축제가 이대로 계속 갈 경우 '지역 축제 폐지론' 등 부정적인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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