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2·28국가기념일과 민주주의 미래

추석 연휴 직전인 9월 28일 '2·28민주운동 국가기념일 지정 촉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대구경북의 숙원이던 2·28민주운동 국가기념일 지정이 7부 능선을 넘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결의안 통과는 2·28민주운동에 대한 국민적 평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어 국가기념일 지정에 대한 기대를 고무시키고 있다.

1960년 2월 28일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불의와 독재에 항거하여 대구 지역 고등학생들이 주도하고 시민들이 참여한 2'28민주운동은 4월 혁명이라는 현대사의 결정적 순간을 만든 대한민국 민주운동의 역사적 출발이었다. 매일신문을 비롯한 대구지역 언론도 순수한 고등학생들의 용기에 힘을 얻어 '2·28대구학생의거'를 대대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서울, 대전, 부산 등으로 학생시위를 확산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2·28의 가장 큰 역사적 가치는 한국 민주화 운동의 출발이며 효시라는 점에 있다. 지난 2000년 2·28민주화 운동 40주년 기념식에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여 "2·28민주의거가 대구시민만이 기억하고 기리는 날이 아니라,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효시로서 전 국민에 의해 정당하게 평가받고 추앙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라고 언급하여 2·28이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효시이며 재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들 역시 매년 2·28기념식에 축하메시지를 보내 한국 민주화 운동의 효시로서 2·28의 역사적 의미와 2·28정신을 국가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게 계승·발전시켜야 함을 강조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시절인 지난 4월 17일 2·28기념탑에 참배'헌화하며 대통령 선거운동을 시작함으로써 2·28민주운동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천명하였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이승만 정권 말기에 최초로 민주화 운동의 횃불을 들었던 2·28은 이제 우리 사회의 전진을 가로막고 있는 대립과 상극의 장벽을 걷어내고 상생과 통합이라는 새로운 민주주의 시대를 열기 위한 제2의 횃불을 들어야 한다. 독단과 독선이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상생과 통합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가치다. 2·28의 국가기념일 지정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대한민국의 정신적 자산이 될 것이다.

2·28민주운동 이래 지난 56년간 대한민국이 겪은 격동의 세월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역사였다. 대한민국이 이룬 오늘날의 성취는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었고 2·28민주운동은 그 숭고한 여정의 첫걸음이었다. 2·28민주운동에서 출발한 민주주의를 향한 우리 국민들의 불굴의 용기와 뜨거운 열망이 있었기에 오늘날 세계가 인정하는 대한민국의 경제발전도 그 의미가 더 깊어지는 것이다. 상시화된 위기와 혼돈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 자신의 목숨마저 내려놓을 각오로 고민했던 1960년 대구 고등학생들의 모습에서 인간과 역사에 대한 희망을 본다. 오늘 우리는 이 희망을 대한민국의 위대한 미래를 위한 밑거름으로 삼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2·28민주운동의 국가기념일 지정을 위해 대통령령의 개정이 이루어질 때까지 대구경북 시·도민들과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모든 분들의 더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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