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업난에"…뉴스 내 최다 등장 신조어는 '스펙'

지난 5년간 신문, 방송 등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신조어는 취업 준비생의 학력, 경력 등을 의미하는 '스펙'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빅데이터팀이 최근 공개한 '뉴스빅데이터로 보는 신조어' 보고서를 보면 2013년부터 올해까지 신조어가 사용된 기사 가운데 '스펙' 관련 기사가 6만9천451건으로 가장 많았다.

뉴스빅데이터팀은 "스펙은 원래 전자제품의 사양과 기능을 나타내는 단어였으나 현재는 취업 준비생의 '능력치'를 언급할 때 쓰인다"며 "청년실업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취업 준비생이 취업 시장에서 팔리는 '상품'으로서 자신을 표현하는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펙 다음으로는 멘탈붕괴의 줄임말인 '멘붕'이 쓰인 기사가 4만1천59건으로 많았다.

멘붕은 2000년대 말 한 웹 커뮤니티에서 사용되기 시작하며 널리 퍼졌는데, 주로 당황스럽거나 정신이 없는 상황을 언급할 때 쓰인다.

뉴스에 자주 언급된 신조어 가운데는 우리 사회의 비상식적인 관행과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꼬집는 단어도 있다.

가진자가 덜 가진 자를 하대한다는 뜻인 '갑질'이 쓰인 기사는 2만5천75건에 달해 신조어 기사량 순위 3위를 기록했다.

잘 사는 부모의 직업과 경제력이 자녀의 지위를 결정한다는 의미인 '금수저'가 언급된 기사도 7천894건에 달해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갑질 폭언 (PG)

갑질 폭언 (PG)

[제작 조혜인] 일러스트

뉴스빅데이터팀은 "갑질이 본격적으로 기사에 사용된 건 2013년 포스코 임원의 기내 승무원 폭행 사건 때부터"라며 "이후 대리점주에게 우유를 강매한 '남양유업 사태',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등을 통해 갑질이란 단어가 보통명사처럼 굳어졌다"고 말했다.

뉴스에 등장한 신조어 가운데는 유독 성상품화와 외모지상주의를 떠올리는 단어가 많았다.

실제로 '꿀벅지'(매력적인 허벅지를 뜻하는 말) 관련 기사는 1만2천492건으로 신조어 기사량 7위를 차지했고, '몸짱'(몸매가 좋다는 뜻) 기사는 9천448건으로 8위에 올랐다.

'얼짱'(미남, 미녀를 일컫는 말), '베이글녀'(베이비 페이스와 글래머를 합성한 말)가 쓰인 기사도 각각 9천100건, 5천349건으로 신조어 기사량 10위, 14위를 차지했다.

뉴스빅데이터팀은 "여성 연예인의 몸매를 강조하는 온라인 기사가 쏟아지며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며 "기사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한 언론사의 노골적 경쟁을 드러내는 동시에 여성의 성이 지나치게 상품화된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뉴스 신조어 분석은 언론진흥재단의 뉴스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를 통해 2013년부터 뉴스에 등장한 신조어 150개를 추린 뒤 해당 단어가 등장한 기사 건수를 집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언론진흥재단의 '신문과 방송' 10월호에 게재됐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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