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스로 바둑 깨우친 '알파고 제로' 나왔다

인간 최고수들을 잇달아 격파한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능가하는 최신 버전 '알파고 제로'가 공개됐다.

알파고 제로는 교과서나 기보는커녕 대국 상대조차 없이 순수한 독학으로 바둑을 익혔는데도, 인간 고수들과 기존 알파고 버전들을 압도하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이는 인간이 미리 정해 놓은 정석을 외우거나 기보를 학습하는 방식으로 바둑을 배웠던 기존 버전들과는 다른 점으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공지능 연구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창업자인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 등 이 회사 소속 연구원 17명은 19일(한국시간) 이런 내용을 포함한 '인간 지식 없이 바둑을 마스터하기'(Mastering the game of Go without human knowledge)라는 논문을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알파고 제로는 바둑 규칙 외에는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의 신경망에서 출발한다. 바둑판만 놓고 '셀프 바둑'을 두면서 스스로 바둑의 이치를 터득하는 것이다. 승률을 높이는 좋은 수가 어떤 것인지 데이터를 스스로 쌓으면서 알파고 제로가 바둑을 이해하는 수준이 점점 높아진다.

이 학습 방식은 생물의 뇌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강화 학습'과 유사하다. 개에게 먹이를 주면서 '앉아' 등 특정 행동을 훈련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작년 3월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에서 이세돌 九단을 4대 1로 이긴 버전('알파고 리'로 지칭)과 비교해 보면, 알파고 제로는 독학 36시간만에 이 버전의 실력을 넘어섰다.

또 알파고 제로가 72시간 독학을 한 후 '이세돌 九단 대 알파고 리' 실전 당시와 똑같은 대국 조건(제한시간 2시간씩)에서 알파고 리와 대결한 결과, 100전 100승 무패를 기록했다. 알파고 제로가 한 수에 0.4초가 걸리는 '초속기' 바둑으로 490만 판을 혼자 두면서 연구한 결과다.

훈련 시간에 따른 알파고 제로와 알파고 리의 실력 비교

훈련 시간에 따른 알파고 제로와 알파고 리의 실력 비교

파란 점선이 알파고 리의 실력, 파란 실선이 독학한 알파고 제로의 실력, 보라색 실선이 인간으로부터 배우는 방식으로 바둑을 익힌 알파고 제로의 실력. [네이처 제공]

알파고 제로가 40일에 걸쳐 2천900만 판을 혼자 둔 후에는, 올해 5월 현 세계랭킹 1위 커제 九단을 3대 0으로 꺾었던 기존 최강 버전 '알파고 마스터'의 실력마저 압도하게 됐다. 알파고 제로는 알파고 마스터에 100전 89승 11패를 거뒀다.

알파고 제로는 독학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알고 있는 정석을 스스로 깨달았을뿐만 아니라, 독특한 정석을 개발하기도 했다.

교신저자인 데미스 허사비스와 공동 제1저자 3명 중 한 명인 데이비드 실버는 독학으로 바둑을 배운 알파고 제로가 기존 버전들보다 오히려 강한 이유에 대해 "인간 지식의 한계에 더 이상 속박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알파고 버전들은 일부 정석 등을 인간으로부터 배웠고 인간이 둔 기보도 공부했지만, 알파고 제로는 인간으로부터 전혀 배운 것이 없기 때문에 인간의 선입견과 한계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허사비스는 "우리 프로그램 중 가장 강력한 버전인 알파고 제로는 사람이 만든 데이터를 입력하지 않아도 될 뿐아니라 컴퓨팅 파워도 덜 든다"며 "불과 2년만에 알파고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보면 놀라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연합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