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군이 '세계전통활연맹'(World Traditional Archery Organization'WTAO) 창립을 통해 국제적 중심도시로 거듭났다. 활은 인류의 보편문화로 국가별로, 문화권별로 각기 다른 문화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활은 멀리 쏘기에 특화되었고, 아마존에서는 작은 활로 물고기를 잡는다. 밀림의 활은 새를 잡기 위해 좁고 날카로우며, 초원의 활은 힘이 있고, 프랑스나 유럽의 활은 하늘에 표적이 있다. 다양한 활쏘기의 유형처럼 나라별로 특징적인 신화와 전설, 의례와 놀이가 활이란 소재를 통해서 전승된다. 그러나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에도 우리는 스포츠화된 활 종목에만 관심을 둘 뿐 활에 대한 역사와 전통은 사장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전통활연맹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성해 활과 관련된 정보를 아카이브로 구성해 유지'보존하고자 마련됐다.
◆세계전통활연맹 창립… 25개국, 2개 국제조직이 참가
한국 활의 중심이자, 동서양 활 문화의 접점에 있는 예천군이 활의 역사성을 바탕으로 16일 세계전통활연맹을 창립했다. 활의 전통문화는 올림픽을 계기로 하나의 규칙을 강조하는 스포츠 경기로 바뀌었고 대중적 향유에서 멀어져갔다. 그러나 최근 유네스코가 강조하는 '문화 다양성의 가치' 속에서 볼 때 각 문화권별로 있었던 활 문화의 가치가 온전하게 우리 시대의 가치로 만들어지고 미래사회에 전승돼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세계전통활연맹은 스포츠화된 활뿐만 아니라 전통 문화적인 시각으로 활을 바라보고 후손들에게 올바른 문화를 계승하고자 마련됐다.
특히 예천에서 세계전통활연맹을 창립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예천군은 활과 화살을 제작하는 인간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규모의 예천진호국제양궁장을 통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진호, 윤옥희, 장용호 선수를 배출하는 등 스포츠와 전통 문화적 가치를 동시에 가진 곳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2014년부터 시작된 예천세계활축제는 활을 통한 축제를 지향하는 세계 최초의 축제로 예천의 브랜드를 한껏 높이고 있다.
이번 세계전통활연맹 창립에는 프랑스, 터키, 일본, 페루, 미국 등 총 25개국의 활 관련 전문가들과 내빈이 참여하고 트루크소이 등 2개의 국제조직이 함께했다. 창립식에서는 세계전통활연맹 초대 회장으로 이현준 예천군수가 추대됐으며, 대륙별 국가별로 지부'지회를 결성해 협력 네트워크를 갖추기로 협의했다.
초대 회장인 이현준 군수는 "활을 통해 예천의 브랜드 효과를 높이며, 앞으로 유네스코 국제조직으로 인가를 받고, 활 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시키겠다"고 밝혔다.
◆세계의 전통 활 문화 소개하는 포럼 마련돼
이번 세계전통활연맹 창립에는 창립 기념행사로 25개국에서 모인 활 관련 전문가들이 자국의 다양한 활 문화를 소개하는 포럼도 진행됐다.
국궁 알리기에 힘쓰고 있는 정재성 전 영산대 교수는 한국의 활 문화에 대해서 설명했다. 활은 만드는 방법에 따라 단궁과 장궁, 그리고 복합궁으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 활은 목궁, 철궁 등 약 10종류가 있었지만, 지금은 소뿔로 만드는 각궁만 남았다. 예천 활은 각궁이며 길이로는 단궁, 구조상으로는 목편과 죽편, 각편 등을 사용해 만드는 복합궁이 있다. 습하지 않는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만들며 하나의 활을 만드는 데 300번 이상의 정교한 과정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온 카이쥐종(蔡智忠) 씨에 따르면 중국도 춘추시대부터 활을 제작하는 규범을 만들고 활의 재료를 '육재'라 부르며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육재는 식물 줄기, 소뿔, 짐승의 힘줄, 고무, 실, 옻칠을 일컫는다. 중국은 이 육재를 통해 우리나라와 같은 복합궁 형태의 활을 만들어왔고 탄력이 좋아 오래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프랑스의 크레피 앙 발루아 박물관에 소장된 조선시대 각궁을 직접 실측해서 재현할 정도로 한국 활에 관심이 많다는 독일의 저건 정크맨스 씨는 활 문화 보존을 위해 1990년부터 진행돼 오는 선사시대 활쏘기 대회를 소개했다. 대다수의 유럽 국가에서 전통 활쏘기는 산업화가 시작된 이래로 시행이 중단됐고 많은 활쏘기 전통이 중세 이후 사라졌다. 선사시대 활쏘기는 이러한 시대 흐름 속에서 활쏘기에 대한 전통을 계승하고자 마련됐고, 시행된 이후 10가지 동물의 표적을 맞히고 경쟁한다는 점에서 유럽 여러 국가 선수들이 참여하는 대회가 됐다.
미국에서 참가한 캐서린 이바 코페드레이어 씨는 멀리 활쏘기를 소개했다. 총기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활을 통해 어떻게 하면 더 머리 쏠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가 지속했다. 이 중 최고의 관심사는 누워서 발로 시위를 당겨 쏘는 풋보우와 일반 활 중 어느 것이 더 멀리 화살을 날려보내느냐였다. 초기에는 많은 의문이 있었지만 섬유, 유리 등 다양한 소재가 개발되면서 일반 활이 더 멀리 날아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포럼 진행을 도운 권두현 경북미래문화재단 상임이사는 "각국의 활 전문가들이 활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언어와 국경을 뛰어넘어 하나가 돼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올해는 토론회 시간이 부족해 아쉽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내년부터는 좀 더 알찬 구성으로 포럼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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