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들끓던 여름도 마침내 먼 산의 단풍 소식과 함께 밀리면서 주변에 가을이 오고 있음을 속삭여 준다. 길었던 추석 연휴는 모처럼 삶의 여유와 낭만을 느끼게 해주기도 해 모두가 즐거웠다. 연휴기간 중 한적한 가로와 집 주변 골목길들을 자주 산책하는 즐거움을 갖다 보니 의외로 '원룸'에 사는 분들이 예쁜 강아지 한두 마리 안고 나와 즐거이 산책 시간을 갖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만지면서 애완견과 함께 산책하는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은 이 시대의 새 풍경이 되고 있었다. 곳곳의 커피집은 컴퓨터 노트북, 책, 숙제거리들을 한 아름 안고 나와 커피 한잔 시켜놓고 편안하게 공부하고 작업하는 복합 커피 문화공간이 되고 있다. 아직은 내 눈에는 익숙지 않은 그런 광경들이 새롭게 자리 잡고 있는 '혼족' '혼밥' '혼술' 등으로 불리는 이른바 '혼족시대'의 상징이다.
중년이 되어버린 지금, 어린 시절을 뒤돌아본다. 여름에는 저녁에 가족들이 모여 앉아 과일을 나누어 먹는 것이 그저 평범한 저녁 모습이었다. 때로는 동네 사람들과 함께 모깃불을 피워놓고 부채질해가며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긴 겨울밤 저녁엔 따뜻한 곳에 모여 앉아 추위를 이기는 먹거리를 나누어 먹던 모습들이 추억으로 간직되고 있다. 그것이 이제는 먼 과거의 사라진 생활문화가 되고 있는 것 같다.
'혼밥'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혼자 와서 내 입맛에 맞는 주문을 하고 그리고 당당하게 즐겁게 혼자 식사하는 모습이 이제 흔하게 보이면서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1인 가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나 홀로 문화'가 일반화되고 있는 현상이다. 대기업에서도 이제 이 새로운 '혼자 문화'에 맞게끔 새로운 기업문화를 점차 정착시키려 하고 있고, 나아가 이를 마케팅 과제로까지 발전시키려고 하고 있다.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런 새로운 생활문화 '혼족시대'가 성큼 다가와 정착되고 발전되고 있는 것이다.
전혀 새로운 시대, 새로운 문화의 변화하는 모습에 새삼 특별한 감흥이 느껴진다.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라고 불리기도 하는,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해 소비하는 강한 개성을 나타내는 사람들. 이들 '혼족'이나 '욜로'족들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거북해하거나 의아해 하면,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처럼 보인다는 현실에 어리둥절해지기도 한다.
원치 않는데도 이런저런 이유로 혼자 사는 것과 스스로 혼자됨을 선택한 '혼족'은 완전히 다르다. '혼족'들도 혼자만의 안온함을 즐기는 대신 불편함도 없을 수 없을 것이다. 권리를 100% 차지하는 대신 의무도 100% 자기 책임하에 다해야 하는 '완벽한 인간'이 되어야 하다 보니 혼자만의 생활이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커피집이 사무실 같은 모습을 띠게 되는 것도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비록 서로 이야기는 나누지 않지만, 사람들 눈에 띄는데 혼자 앉아 일을 하는 광경을 흔히 본다.
새로운 인류 '혼족'을 뇌면서 외로움이란 무엇일까를 새삼 생각한다.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을 떠올린다. 가족의 위대함, 가족의 소중함을 모를 수는 없다.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것과 혼자 독립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섣불리 판단하지는 못하지만 가족과도, 친구와도 잘 어울리는 삶이 더 건강할 것이라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가족과 친구는 혼족시대에도 필요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최근 '혼족'들을 자주 만나 보고, 그들의 문화를 느끼며 갖게 되는 생각이다. 거스를 수 없다면 정면으로 맞이하고 즐겨야 한다. 더 풍성하고 더 행복한 혼족시대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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