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착공 예정인 서대구KTX역 인근 하수처리장의 지하화 사업을 놓고 대기업 건설사 간의 수주전이 치열하다. 두 기업이 서로 경쟁사의 약점을 찾아 비판에 나서면서 과열 양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6천억원 규모의 이 사업은 서대구KTX역 예정 부지 인근의 북부하수처리장, 달서천하수처리장, 대구염색산업단지(이하 염색산단) 폐수처리시설 두 곳 등 모두 4개 시설을 통합해 지하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구시는 지난 6월 서대구KTX역 역세권 개발과 관련해 흩어진 하수처리장을 통합해 지하화하고, 지상을 녹지공간으로 조성하는 내용의 민자사업 추진을 본격화했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두 대기업
하수처리장 지하화 사업을 두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GS건설(이하 GS)과 현대건설(이하 현대)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신경전은 지난 6월 GS가 대구시에 해당 사업에 대한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본격화됐다. 제안서에는 현재 북부하수처리장 부지에 인근의 달서천하수처리장과 염색산단 폐수처리시설 두 곳을 통합해 지하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대는 하수처리장과 폐수처리장을 묶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안을 내놨다. 서대구KTX역이 도시 관문인 만큼 혐오시설인 하수처리장을 대구 내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해당 부지에는 컨벤션센터, 주상복합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유리한 고지는 GS가 선점했다. 민간 제안사업의 경우 '민간투자법'에 따라 최초 제안서가 접수되면 다른 업체는 제안서를 접수할 수 없는 구조여서다. 지난 6월 GS가 먼저 시에 제안서를 제출하는 바람에 현대는 제안서를 제출조차 못했다. 현대가 제안서를 접수하려면 시가 제안서 검토기한인 오는 28일 이전에 GS의 제안서를 반려해야 한다. 시가 제안서를 적합하다고 판단,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에 검토를 의뢰하면 수년 뒤로 예상되는 제3자 공모단계에서나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달아오르는 두 회사의 치고받기
후발주자가 된 셈인 현대는 GS 제안서의 약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현대 측은 GS 제안 방식으로는 하수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곧 들어설 서대구KTX역과 1㎞도 떨어지지 않는 곳에 혐오시설이 들어서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또 북부하수처리장 부지가 10만7천여㎡로 협소해 40만t에 달하는 용량을 처리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강조한다. 현대 관계자는 "지하화를 하더라도 공간이 좁아 그 많은 양을 처리하기가 불가능하다. 이대로 사업이 추진된다면 분명히 환경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며 "현 시설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해당 부지에는 수익성 있는 다른 시설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GS 측은 현대의 이런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GS 관계자는 "2014년부터 이 사업을 준비하면서 처음에는 이전도 검토했다. 현대가 제시한 이전 부지도 알아봤지만 현실성이 전혀 없다"며 "해당 부지에는 이미 환경시설이 있어 하수처리장까지 더해지면 극심한 민원 제기가 예상되는 데다 그곳까지 물을 전달하는 배관공사를 하려면 1천억원 수준의 추가비용이 들 것으로 판단돼 철회했다"고 주장했다. 또 "면적이 좁아 하수처리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사실이 아니다. 새로운 공법과 기술을 이용하면 정상적으로 40만t을 처리할 수 있다. 지금 방안보다 면적이 더 좁아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대구시'서구청 "이전은 현실성 떨어져"
대구시는 GS 제안이 기본 정책 방향에 부합한다고 일단 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두 회사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사업의향서를 받아본 결과 GS 측의 내용이 비교적 낫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첫 의향서에서 GS는 달서천하수처리장과 북부하수처리장을 통합해 지하화하는 안을 낸 반면 현대는 달서천하수처리장만 지하화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인근 시설을 통합해 함께 지하화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경쟁업체 사이의 치열한 수주전으로 볼 수 있는데 어차피 PIMAC에 검토 의뢰를 하면 제3자 공모 단계를 거친다. 결국은 나중에 더 좋은 제안을 하는 업체가 선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민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혐오시설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전지로 꼽힌 부지에는 이미 다른 환경시설이 들어서 있는 상황이다. 자칫 어설픈 이전 논의로 사업 자체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류한국 서구청장은 "과거에도 다른 지역으로 하수처리장을 이전하는 안을 검토한 적이 있지만 주민 반발이 우려돼 공론화하지 않았다. 하물며 지금 환경시설이 있는 곳에 하수처리장까지 보낸다면 해당 지역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서대구KTX역이 곧 착공하는 상황에서 현재 북부하수처리장 위치에 통합해 지하화하는 안이 비교적 현실성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는 당장 GS 제안서를 수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사업 초기인 만큼 충분히 수정'보완을 거친 뒤 PIMAC에 검토 의뢰를 하더라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다. GS의 제안에 대해 한 차례 더 보완 요청을 하는 한편 그동안 검토위원회를 구성해 체계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아직 단순히 제안서를 받은 것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GS에 보완을 요청하고 시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 측은 민원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이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수처리장을 이전하더라도 지하화해 지상에는 체육공간과 산책로 등 주민친화시설을 조성해 민원을 해결하고, 이전에 필요한 비용은 컨벤션센터'주상복합시설이 들어설 현 북부하수처리장 부지에서 나오는 개발이익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 관계자는 "주민지원기금을 조성하는 한편 지역 주민을 우선채용하는 등 철저히 소통해 민원을 해결할 방침"이라며 "비용 문제는 서대구KTX역 역세권 개발에서 나오는 이익으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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