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펫심전심' 느껴보실래요?…『PetZ』

대구 출신 소설가 박섭 격월간 발행, 국내 첫 반려동물 전문 문예지 창간

이용한 작가의
이용한 작가의 '고양이와 함께 시속 3킬로미터'.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의 한 숲 속에서 촬영했다.
잡지에 실린 정우재 화가의 그림
잡지에 실린 정우재 화가의 그림 'Gleaming-Cover heart'(2014년 작). 12월 3일까지 서울 '꿈의 숲 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반려동물과 함께 보는 미술이야기전'에 전시 중이다.

PetZ/다원 P&B 편집부 지음/다원 P&B 펴냄.

반려동물 애호가 1천만 명이 넘는 시대, 국내 최초의 반려동물 전문 문예지 'PetZ'가 10월 창간됐다. 대구 출신 소설가이자 동물을 사랑하는 박섭 씨가 창간한 격월간지로 반려동물과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문예지다.

지금까지 반려동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신문과 잡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매체는 대부분 소비재 광고나 건강과 의료 등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였다. PetZ은 반려동물을 중심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서 느낀 기쁨과 슬픔 등 감정과 추억, 사연 등을 담는 본격 문예지다.

PetZ 창간호는 시인 문인수를 비롯해 시인, 수필가, 소설가들의 반려동물과 관련한 작품을 싣고 있다. 문인들뿐만 아니라 '소녀와 개' 시리즈로 유명한 정우재 화가의 그림과 고경원, 이용한 등 반려동물 이야기 전문작가들의 글도 실었다.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동물 이야기,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월드 펫'(World pet), 반려동물 호텔이나 병원, 미용실 정보와 반려동물 관련 이슈를 소개하는 '펫 포커스'(PetZ Focus) 등 다양한 코너를 갖추고 있다. 또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일반 독자들의 글과 사진도 실어 생생함을 더한다.

PetZ 창간호는 1만 부를 찍었다. 전국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문예잡지들이 보통 한 번에 3천 부 정도 찍는다는 점과 비교해볼 때 시작부터 적극적으로 치고 나오는 발행부수라고 할 수 있다. 박섭 발행인은 "반려동물과 감정을 공유하고 인생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다. 앞으로도 1만 부 발행을 계속할 예정이며 머지않아 부수를 더 늘리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섭 발행인을 비롯해 편집장 1명, 객원기자 5명, 디자이너 1명, 편집자문 1명이 PetZ 함께 제작하고 있다.

◆시속 3킬로미터의 느린 산책

작가 이용한은 '고양이와 함께 시속 3킬로미터'라는 글에서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주말 행사처럼 반복되는 이런 산책의 시간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고양이와 함께 시속 3킬로미터의 느린 산책. 봄이면 산벚꽃이 피어서 아름다운 길.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져 운치 있고, 가을이면 온갖 빛깔의 단풍으로 곱게 물드는 길. 애석하게도 겨울에는 눈길로 변해 산책 대신 구경만 하고 마는 길…'이라며, 고양이와 함께해 온 '산책길'의 즐거움을 노래한다.

'문학 속의 Animal' 코너에서는 J.R.R 톨킨의 소설 '실마릴리온'에 등장하는 전설의 개 후안(Huan)에 대해 이야기한다. '딱 한마디로 후안은 위대한 개다. 더 이상의 표현은 사족이 될 뿐이다. 아마 역사상 그보다 거대하고 빠르며 불굴의 힘과 지혜를 가진 개는 찾지 못할 것이다. (중략) 늑대 왕인 드라우글루인조차 후안을 이길 순 없었다.' -54쪽-

◆나를 지켜준 봉구, 내가 지켜줄게

'우리 집 대문은 항상 열려 있었다. 작은 시골마을이라 위험한 줄 모르고 지내왔던 것이다. 그 열린 대문으로 어떤 아저씨가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을 때, 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봉구만 이리저리 날뛰며 짖어댈 뿐이었다. 아저씨는 봉구를 발로 차 내던지고 나를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중략) 폭행을 끝낸 아저씨가 마당에 나서자 봉구가 아저씨의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졌다. 봉구는 무자비하게 봉구를 때렸다. 녀석은 갈비뼈가 부러지고, 얼굴이 함몰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왼쪽 눈의 시력도 상실했다.

엄마는 내가 그런 사고를 당하자, 집을 팔아서라도 나를 수술시키려고 했다. 사지를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었으면 도망이라도 갈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봉구를 생각하느라 아무 의욕이 없었다. 나 혼자 잘 살자고 그런 수술을 받을 수 없다고 하자, 가족들은 나를 꾸짖었다. 그런 호된 꾸중을 들은 건 처음이었다. (중략)

마침내 나는 혼자 걷게 되었다. 비록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는 모양새긴 했지만 혼자 걸을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일이었다. 그동안 봉구는 내 곁에서 여전히 유일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힘들어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면 내 등 뒤에 콧잔(콧잔등)을 대고 낑낑거리던 녀석을 생각하며 힘겹게 버텼다. (중략)

내 삶을 통째로 구해준 봉구, 지금은 나이가 들어 힘이 많이 빠지고 보이지 않는 눈 때문에 고생하는 녀석이지만 지금부터는 내가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다.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녀석의 등에 내 코를 묻고 사무치도록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 글은 창간기념 공모전 수기 부문 대상을 차지한 작품 '봉구'의 일부다. 화자는 자신이 어려울 때 곁에서 지켜준 봉구를, 이제는 상처입고 늙어서 힘이 빠진 봉구를, 자신이 끝까지 지켜주겠노라고 말한다. 잡지 PetZ의 발간 정신과 성격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시간 여행자, 사랑이 전부다

발행인 박섭 씨는 "우리는 모두 시간 여행자들이다. 언젠가는 우주 속으로 떠나갈 한시적 존재다. 사랑했던 기억보다 더 아름다운 게 있을까? 사랑하던 기억보다 더 행복했던 적이 있던가? 사랑을 주었든지 받았든지 말이다. PetZ는 생명을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랑의 마음을 모은 작지만 아름다운 샘터다.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을 만드는 생명과 사랑의 공간이다"고 잡지 PetZ의 제작 방향을 밝혔다. 126쪽, 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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