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이뤄졌던 공간 보존
장소 특수성 살린 설치작품
실험적 비디오 영상 등 선보여
대구 도심 내 성매매 집결지 속칭 '자갈마당'(대구 중구 도원동)이 전시공간으로 재탄생했다.(자갈마당 일부공간) 대구중구도심재생문화재단(이사장 윤순영 대구중구청장)은 성매매 장소의 특수성이 남아 있는 1층 유리방과 3층의 작은 방들은 과거 상태 그대로 보존하고, 일부는 리모델링해 전시공간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로 조성했다.
윤 이사장은 "100년 이상 성매매 흔적과 기억이 축적된 공간에 들어선 아트스페이스는 예술을 통한 변화의 기대를 실험하는 시작점"이라며 "주민과 함께하는 치유와 변화의 거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지난 18일부터 '기억정원. 자갈마당'이란 제목으로 개관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김구림, 김영진, 김승영, 배종헌, 이기칠, 이명미, 임창민, 정혜련 등 8명의 작가가 참여해 장소 특정적인 설치미술, 미디어아트, 회화, 조각 등을 선보인다.
김구림 작가는 '1/24초의 의미' '문명, 여자, 돈' '음과 양'이란 3편의 실험적인 비디오 영상을 내놓았다. '1/24초의 의미'는 1960년대 산업사회의 속도감과 함께 당시 현실의 편린, 삶의 권태 등이 투영된 실험영화이고, '문명, 여자, 돈'은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시골 아가씨의 하루 일과를 내용으로 한 영화이다.
김승영 작가는 '슬픔'이라는 설치 작품과 싱글채널 비디오 '자화상'을, 김영진 작가는 '자갈마당에 자갈이 없다'라는 글씨를 비워낸 커다란 사진 이미지를 2층 벽면에 내걸었다.
'흉내내기'와 '기록'이라는 방식으로 동시대 미술의 장소 특정성을 실천하는 배종헌 작가의 작품은 유물 발굴 현장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생생한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 이기칠 작가는 4개의 책상 위에 MDF판재 모듈을 이용해 '공간연습' 8점을 질서정연하게 배치한 설치작품과 비디오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습'을 내놓았다.
이명미 작가는 강렬한 원색의 즉흥적인 드로잉 작품을 선보인다. 단발의 풋풋한 어린 소녀를 그린 그림에 전통적인 금색 액자를 끼워 근대적 미술관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 'Girl'이 눈길을 끈다.
임창민 작가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창문이 있는 조용한 실내를 촬영한 정지 사진 이미지와 하늘, 바다, 폭포 등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담은 동영상을 한 화면에 물리적으로 합성해 창조적 기억이 담긴 새로운 리얼리티로 통합해 낸 작품을 선보인다. 매개자로서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하는 정혜련 작가는 오랫동안 그곳 현장을 살아온 사용자가 만든 길과 지형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드로잉의 형태를 상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과거 성매매가 이뤄지던 방을 그대로 보존한 3층의 실내 복도를 따라 금호강 물줄기를 닮은 광확산 폴리카보네이트의 LED 불빛이 흐르고, 그 불빛이 다시 바깥 난간으로 이어지고 건물 밖으로 돌출해나가면서 더 굵게 솟아 둥글게 휘감겨지는 물줄기 형태의 설치작업 '예상의 경계'는 강렬한 변화의 흐름을 시각화하고 있다. 2018년 3월 18일(일)까지. 053)421-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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