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지방분권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출범 30주년을 맞은 대구 달서구는 그동안 괄목할만한 발전을 거듭하여 인구 60만 명(대구 인구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전국 세 번째 거대 자치구로 성장하며 대구의 경제, 교육, 문화, 주거의 중심지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지역 내에는 동남권 최대 규모인 324여만 평의 성서지방산업단지가 자리하고 있고 3천여 개 기업들의 총생산액이 16조원(2016년 기준) 정도로 대구 지역 내 총생산액의 33%를 차지하며 대구 경제를 책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종종 지역 주민이나 외지 사람들을 만날 때면 "달서구는 거대한 성서산업단지가 있어서 돈(지방재정) 걱정은 없겠네요"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그러나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벙어리 냉가슴이 되고 만다. 성서산업단지에서 나오는 1년 조세 4천880여억원 중 국가 귀속이 87%를 차지하고 있어, 대구시 귀속 9%를 제한 나머지 4%(195억원)만 구 세입으로 들어오는 형편이다. 전국 10인 이상 제조업 전체에서 산업단지가 차지하는 생산 및 고용 비중은 각각 69%와 52%로 생산'고용 유발을 통한 지역경제 기여도는 매우 큰 편이나 조세 배분이 이렇다 보니 지방재정 확충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방자치 실시 당시 국세와 지방세의 재원 배분 비율(8대2)이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의 30%가 자주재원으로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동안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국세 위주의 재원 불균형으로 인한 지방재정의 중앙정부 종속 문제에 대해 수없이 지적해 왔지만 허공의 메아리뿐이었다.

올해 달서구의 재정자립도는 23.7%에 불과하다. 구 전체 예산액 6천386억원 중 63%의 사회복지비, 34%의 인건비 등 법정 경비와 경상적 경비를 제하고 나면 구청장이 자주적 권한을 가지고 집행할 수 있는 재원은 너무나 적어 시급한 주민 숙원사업을 해결하기에도 급급하다. 중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SOC사업 등 구 자체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 형편이다. 전국 기초단체 평균 재정자립도가 21.8% 정도이니 타 자치단체도 우리 구와 사정이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특히, 내년에는 지방선거 비용, 폭증하는 정부의 복지정책에 수반된 비용 부담 등을 생각할 때 가슴이 답답해진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려면 자치단체가 스스로의 책임하에 자유롭고 효율적인 재정 운용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주민복리 증진 등 지역 문제들을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권한과 재정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자치단체가 지역 내 기업 유치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면 지방재정 확충 및 지방세출로 연결되어 다시금 지역경제 활동을 촉진하는 선순환 관계가 성립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업 운영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과세 대부분이 국세에 편중되어 있어 자치단체장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재정 불균형 해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국세의 지방세 이양이 일시적으로 국가의 재정 부담을 증가시킬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경제'사회적 수요를 고려해 맞춤형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면 지역 주민의 만족도는 커지고 국가 전체의 균형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다행히도 내년에 실시되는 지방선거와 함께 헌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새 정부도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할 만큼 지방분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단지 헌법 조문상의 지방분권이 아니라 자치시대에 걸맞게 중앙과 지방 간의 사무조정 및 재정 분권이 전제된 진정한 지방분권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