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판 수능 '아비투어' 문제 주관식
깊은 사고력·판단력 키우는데 중점
정답 필요한 시험 획일적 사고만 주입
인격 형성 다양성의 가치 추구해야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약 한 달 남짓 앞두고 있다. 수험생들은 수능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기성세대의 뻔한 말에 잠시 위로를 받을 수 있지만, 그 자신의 인생에 중요한 순간이기에 그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수능 시즌이 되면 수험생의 컨디션 조절 전략을 알려주는 수많은 정보, 자녀들의 공부와 성적에 대한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과 불안감을 이용하여 펼치는 사교육 시장의 불안 마케팅 등의 풍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능의 본래적 의미는 학생이 대학에서 수학할 능력이 있는가를 진단하는 것을 뜻하지만, 수능은 '정답'을 맞히게 하는 객관식 문제풀이의 반복학습과 입시 위주의 교육을 양산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한국의 수능과 비교할 수 있는 '아비투어'라는 대학입학자격시험이 실시된다. 아비투어는 독일 주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공통되는 부분은 모든 문제가 주관식이라는 점이다. 학생들이 아비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주어진 문제를 분명하게 파악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능력은 기계적인 학습으로 배양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갖고, 그러한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가운데 길러지는 것이다. 아비투어에서 독일 학생들은 한 과목당 주어진 문제 중 하나를 선택해 4, 5시간 동안 5, 6페이지 분량의 글을 종이에 거침없이 써내려 간다고 한다. 이처럼 아비투어는 학생들의 깊이 있는 사고력과 판단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답을 요구하는 시험 방식을 통해 획일화된 사고를 주입하는 우리 교육은 다양성의 가치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창의적 사고를 강조하는 진부한 의미에서의 다양성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관점과 목소리가 존재하지만, 특권을 유지하려는 세력과의 불균등한 관계로 인해 다양성은 주류 사회가 인정하는 규격화된 틀 안에서 보이는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을 말한다. 즉, 교육은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개인의 인격 형성으로 이어져야 한다.
교육은 개인이 외부에 보여지는 객관적인 것들과 스스로 논쟁하는 정신적 활동을 가리키고, 그러한 정신적 활동은 잠재적으로 개인의 자아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가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하는 요즘 채용시장에 기인할 수도 있고, 인문학이 나에게 세상을 향해 걸 수 있는 최대의 '딴지'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마이너리티 정신'조차도 주류 사회에 흡수되어 시장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에 기여하는 것으로 바뀔 수 있다. 예컨대 고전을 읽는 것의 의미와 가치를 현시대 문제에 비추어 진지하게 다루기보다, 단순히 자신의 소유권으로 여기고 알량한 지식과 얄팍한 의식을 가지고 교양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데 기능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교육은 개인들이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나의 앎과 신념이 얼마나 미천한 것인가를 깨닫고 '절반의 교육'(아도르노)을 성찰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과정은 한편으로 부단한 자기 자신의 반성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삶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성찰하고, 체제 너머를 사유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필자는 우리가 속해 있는 세계(예컨대 미디어의 세계, 학교, 일터, 공공장소 등)가 보다 더 다원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일 공공방송에서 기상캐스터로 유색 인종, 중년 남성이 나오고, TV 뉴스를 진행하는 여성 메인 앵커와 스포츠 소식을 전하는 자리에 여성이 출연하고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자리에 남성 앵커를 적극적으로 등장시키고 있다. 또한 독일 TV 드라마를 보면 장애인, 이주민이 기이한 존재가 아닌 평범한 가족 구성원, 이웃 주민으로 재현되고 있는 것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다양성의 가치를 추구하는 교육이 구현되기 위해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 당연하게 여기는 신념을 반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의 장(場)이 마련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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