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 코끼리다리처럼 퉁퉁 붓는 내 다리

다리에 정맥혈 역류 다른 질환 신호일 수도

이재훈 대구가톨릭대병원 혈관외과 교수
이재훈 대구가톨릭대병원 혈관외과 교수

직장인 A(53) 씨는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은 후 왼쪽 다리가 심하게 붓는 증상에 시달렸다. 부기는 열흘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고, 걸을 때마다 종아리에 심한 통증도 느꼈다. 참다못해 병원을 찾은 A씨는 다리의 심부정맥이 혈전으로 막히는 심부정맥혈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심지어 왼쪽 폐 아래쪽의 혈관이 막히는 폐색전증으로 진행된 상태였다. A씨는 "허리 재활 치료를 받으려면 다리가 빨리 회복돼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혈전용해술을 받고 부기는 빠졌지만 3개월 동안 항응고 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다리가 붓는 '부종'은 직립보행하는 인간에게만 나타난다. 다리에서 심장으로 가는 정맥혈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다리에 정체되어서다. 부종은 보통 다리를 심장보다 높이 올리고 쉬면 낫지만 다른 질환의 신호일 때도 있다. 한쪽 다리만 붓는다면 정맥혈의 흐름이 막히는 심부정맥혈전증이나 정맥기능부전, 종양 등이 원인일 수 있다. 암이 전이됐거나 방사선 치료로 림프관이 막혀도 다리가 붓는다. 두 다리 모두 붓는다면 심장이나 간'신장 질환 등 전신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갑자기 한쪽 다리 붓는다면 '혈전' 의심

갑자기 다리가 붓는 급성 부종은 다리의 정맥혈이 혈전으로 막히는 급성 심부정맥혈전증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혈전은 혈관을 타고 심장을 거쳐 폐동맥으로 흘러가며, 폐동맥을 막아 폐색전증을 유발할 수 있다. 주로 오랜 시간 앉아 있거나 장시간 누워 있는 경우, 외상이나 수술 후, 임신 중이거나 혈전증 이력이 있을 때 나타난다. 유전적인 소인이 있거나 암으로 혈액이 응고되기 쉬운 경우, 비만 등도 위험인자로 꼽힌다.

심부정맥혈전증이 생기면 갑자기 다리가 붓거나 걸을 때 장딴지에 통증을 느낀다. 악화되면 통증과 부종이 심해지고 피부가 검붉게 변하기도 한다. 심부정맥혈전증은 정맥 도플러 초음파 검사를 하면 빠르게 진단할 수 있고, 컴퓨터단층촬영(CT)도 진단에 도움이 된다.

진단을 받으면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고 반드시 항응고제를 투여해야 한다. 증상이 심하고 빠른 회복이 필요한 경우에는 혈전 제거술이나 혈전 용해술로 혈전을 제거, 막힌 정맥을 뚫을 수 있다. 항응고 치료가 어렵거나, 치료 중에도 심부정맥혈전증이 반복된다면 다리 정맥에 필터를 넣는 시술을 고려한다.

봉와직염도 갑자기 한쪽 다리가 붓는 원인이 된다. 봉와직염은 상처를 입은 피부 조직이 세균에 감염되는 질환으로 세균이 침범한 부위에 붉은 반점과 열감, 부종, 통증 등이 나타난다. 항생제 치료와 소염진통제, 먹는 스테로이드제제 등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만성 부종은 정맥혈 역류할 때 나타나

만성 부종은 정맥 판막의 기능이 떨어져 정맥혈이 역류할 때 흔히 나타난다. 정맥혈이 제대로 심장으로 올라가지 못하면 혈관 내 압력이 높아지고 혈관벽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만성정맥부전증과 하지정맥류다. 모두 정맥의 피가 역류하지 않도록 해주는 판막이 손상돼 정맥의 압력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게 원인이다.

주로 다리가 붓거나 혈관이 부풀어 오르고, 피부색이 검게 변하며 심하면 궤양까지 나타난다. 서서 오래 일하는 이들이 자주 걸리고, 아침에는 괜찮다가 저녁에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혈관초음파로 정맥이 막히거나 역류하는지 진단할 수 있고, 정맥벽의 탄력을 높이는 정맥긴장제와 고탄력 스타킹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고탄력 스타킹은 근육을 직접 압박해 혈관이 수축하는 힘을 강화하고, 모세혈관의 수분 배출을 억제해 부종을 완화시킨다. 하지정맥류가 함께 생긴다면 수술로 정맥압을 낮춰줄 수 있다.

만성 부종의 원인으로는 림프부종도 꼽힌다. 림프부종은 림프계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손상돼 다리가 붓는 것을 말한다. 선천성이거나 암 수술, 방사선 치료 또는 감염으로 림프계가 손상되는 게 원인이다. 초기에는 오전에 호전되고 오후에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지만, 방치하면 조직액이 정체되면서 조직이 두껍고 단단하게 변해 다리나 팔의 관절 형태가 사라져 코끼리 다리 모양으로 변한다. 또한 단백질이 많이 포함된 조직액이 상처 치유를 지연시키고 세균과 바이러스의 배양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치료법으로는 특수 압박붕대와 고탄력 스타킹을 착용하거나 물리치료와 마시지로 림프액을 배출한다.

◇압박스타킹 신으면 정맥혈 역류 줄여

두 다리가 모두 붓는다면 다리에 질환이 있기보다는 전신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심장이나 신장, 간질환이나 기존의 질환이 악화됐을 때 두 다리가 모두 붓는 경향이 있다. 갑상선 기능이 떨어졌거나 내분비계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도 부을 수 있다.

다리 부종을 예방하려면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리는 운동을 자주 하고 적당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직업상 장시간 앉아있거나 서 있다면 고탄력 스타킹을 신고 수시로 발목을 움직이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치료용으로 사용되는 압박스타킹은 동맥의 혈액순환을 방해하지 않고 증상을 개선하며 정맥혈의 역류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다만 너무 꼭 끼는 옷이나 하이힐은 피하는 게 좋다.

다리가 붓는다고 혈액순환제를 먹는 것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리부종은 동맥의 문제가 아니어서다. 정맥이나 림프관 문제로 진단된다면 정맥 긴장제가 도움이 된다. 이재훈 대구가톨릭대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노년층은 걷기운동을 꾸준히 해서 장딴지 근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정맥혈은 주변 근육이 운동하는 힘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다리 근육이 강해지면 막히거나 역류하는 증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이재훈 대구가톨릭대병원 혈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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