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혁신성장 위해서는 정부도 스스로 혁신해야

서울 출생. 관악고. 서울대 무역학과. 미국 캘리포니아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국 통화재정팀장. 한은 부설 경제연구원 부원장. 전 한은 대구경북본부장
서울 출생. 관악고. 서울대 무역학과. 미국 캘리포니아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국 통화재정팀장. 한은 부설 경제연구원 부원장. 전 한은 대구경북본부장

과학지식 축적·상용화·마케팅 개선

역동적 혁신생태계 조성해야 가능

공무원에 주도적 의사결정권 부여

권한 하부위임해 능동적 참여 유도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취임 후 수차례 혁신성장을 강조해 왔다.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을 감안할 때 우리 경제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혁신이 필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혁신성장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구상은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확대, 스타트업 육성, 그리고 규제완화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들 정책 방향에 대해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고 본다. 탈공업화로 지식기반산업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사람에 대한 투자가 필요할 것이고, 역동적인 경제생태계 조성에 스타트업 육성이 없어서는 안 될 것이며, 4차 산업혁명에 편승하려면 연계와 융합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없애야 함이 마땅하다.

따라서 혁신정책에 관한 필자의 생각은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마음 한쪽에 '이것으로 충분할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신지식인' '비전2030' '녹색성장' '창조경제' 등 캐치프레이즈는 다르지만 역대 정부에서 혁신이 강조되지 않은 적이 없었고 이번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그동안 혁신을 위해 많은 정책적 노력이 있었지만 아직 손에 잡히는 성과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혁신은 말 그대로 타성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것인 만큼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공부 잘하는 묘방이 없듯이 혁신의 특효약이 있을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닌 만큼 희망을 포기할 것도 아니다. 다만 여러 환경요인들이 제대로 맞아떨어지도록 좀 더 세밀하고 전략적일 필요가 있다.

혁신이 가시화되려면 제품의 기초가 되는 과학지식의 축적과 이를 상용화하는 기술의 개발은 물론 시장에 내다 파는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개선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는 기업의 '나 홀로' 노력만으로 부족하고 대학, 금융기관, 수요자 등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정보교환과 학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역동적인 '혁신생태계'가 조성되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혁신정책의 핵심은 혁신생태계 조성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런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필자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직장의 지역본부장 재직 시 기업인들로부터 규제담당 공무원들이 지나치게 '관료적'이라는 불만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혁신생태계 조성자' 역할과 '관료주의'는 결코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다. 혁신정책을 일선에서 구현하는 공무원들이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자세를 가지도록 정부 스스로도 조직문화 혁신에 나서야 한다. 기업의 창의적 융복합화 노력을 모두 유형화하여 규정에 반영할 수 없는 만큼 일선 공무원의 업무처리가 규정에만 얽매일수록 재정자금의 집행이 지연되거나 왜곡되기 쉽고 규제개선도 적기에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일선 공무원에게 적절한 권한을 부여하여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긴요하다.

이는 공무원 조직의 체질개선과 관련되는 것이므로 외과수술처럼 단기간에 해결될 사항이 아니다. 일선 공무원을 감시나 관리의 대상이 아닌 주도적 의사결정권을 가진 주체로 인식하는 방향으로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 체질개선의 요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권한의 하부위임이 전제되어야 하고 이것이 형식에 그치지 않도록 다른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일선공무원의 업무를 현재의 시각에서 사후적 결과를 놓고 평가하기보다 의사결정 당시로 되돌아가 당시 상황에 비추어 타당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일선 공무원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의사결정에 임할 수 있어 보다 내실 있는 권한위임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공무원의 조직문화가 개선된다면 공무원 사회의 각종 비리는 물론 세월호 사고나 살충제 계란 파동처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규제부실 문제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공무원에 대한 국민신뢰를 높여 김영란법이 필요 없는 신뢰 사회를 앞당기는 데에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