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개파라치

몇 해 전 애견용품점에서 겪은 일이다. 목줄을 사려는데 가게 주인이 "가급적 목줄은 채우지 말라"며 한마디 한다. 꼭 개를 억압하는 사람쯤으로 여기는 속내가 그의 표정과 말투에서 묻어났다. 무례를 참지 못해 목줄을 내려놓고 가게를 나왔다. 애견용품을 팔면서 손님에게 목줄 타박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적어도 반려견 목줄의 용도가 무엇인지, 또 목줄이 왜 필요한지조차 모르고 애견용품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에 말문이 막혔다.

최근 '프렌치불도그' 사례 등 전국 곳곳에서 개에 물리는 사고가 빈발하면서 개 목줄과 입마개를 둘러싼 논란이 SNS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도그 포비아'(개 공포증)나 페티켓(펫+에티켓) 용어까지 등장하는가 하면 사람에게 해를 끼친 개 등 동물 안락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자 "개가 무슨 잘못이냐"며 안락사 주장을 비판한 탤런트 한고은 씨의 댓글을 놓고 온라인 설전이 거세다.

반려견 관리 강화를 요구하는, 청와대에 접수된 국민 청원만도 11건에 이르는 등 반려견 문제가 이제 국민적 이슈로 떠올랐다. 여론이 들끓자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내년 3월부터 공공장소에서 목줄'입마개 착용 위반을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주는 '반려견 파파라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애견 인구 1천만 명 시대다. 반려견 수가 크게 늘다 보니 물림 사고도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 자료를 보면 2013년 개에 물린 사람이 616명에서 지난해 1천19건으로 3년 만에 65%나 늘었다. 모든 반려견이 사람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점, 목줄과 입마개 착용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때가 됐다. 있으나 마나 한 동물관리법도 실효성을 더 높여야 한다.

입마개와 목줄은 학대가 아닌 최소한의 사고 예방 장치다.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사안이 아니다. 이를 규범화하지 않으면 내 가족, 내 이웃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게다가 규범을 무시하면 반려견의 안위도 보장할 수 없다. 공공장소와 사적인 공간을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캐나다나 아일랜드, 영국처럼 '개 면허'(dog licence) 발급도 고려해볼 만하다. 우리보다 반려동물의 역사나 문화가 훨씬 깊고 두터운 선진국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개는 잘못이 없다. 문제는 개를 훈련시키지 않는 견주의 방임과 무지, 오만함이 '사람 무는 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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