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지인 배불린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대구 팔공산 용수천 주변 대지 대부분 외지인 소유

"33년 만에 푼 숙원, 누구를 위한 것인가?"

대구 동구 용수동 324번지(575㎡). 지목이 대지인 이 땅의 주인은 2001년 이후 5차례나 바뀌었다. 모두 외지인이었다. 땅 소유주의 거주지는 대구 수성구(수성동)와 동구(방촌'율하동), 경북 칠곡군 등을 거쳤다. 이어 2013년에는 수성구 범어동 주민(46)이 사들였다. 외지에 사는 땅 주인들의 소유 기간은 짧게는 2년에서 길어봐야 5년이었다.

이 땅의 올해 공시지가는 1㎡당 21만원이다. 지난해 19만9천500원보다 5.3%(1만500원)나 올랐다. 특히 최근 5년간(2012~2017년) 상승 폭이 33.8%(5만3천원)에 이른다. 이전 5년간(2007~2012년)의 11.4%(1만6천원)에 비해 가파르다.

이 같은 공시지가 상승의 배경은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였다. 대구시는 공산댐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위해 1994년부터 12년 동안 관로공사를 벌였다. 2009년 1월에는 보호구역 일부 해제를 내용으로 한 '수도정비기본계획변경(안)'을 환경부에 신청했고, 같은 해 8월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이후 수질 모니터링과 수질 개선사업을 벌인 끝에 지난해 10월 상수원보호구역 변경 고시를 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해제 대상에 포함된 용수동 324번지는 '주민 재산권 보호'를 목적으로 진행한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사업의 실상을 보여준다. 매일신문이 용수천 주변 보호구역 해제 대지(미곡'용수'신무동) 115개 필지의 등기부등본(이달 10일 기준)을 뽑아 분석한 결과 10곳 중 4곳이 외지인 소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1983년 보호구역 지역 이후 수십 년 묵은 숙원이 해결됐다고 떠들썩했지만 정작 "외지인의 배만 불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보호구역 해제를 위해 투입한 예산은 200억원이 넘는다.

등기부등본상 주소지가 해당 대지나 인근 동네가 아닌 외지인 비중은 2014~2017년 사이가 가장 높았다. 이 기간 115개 필지 가운데 51~55곳이 외지인 소유였다. 외지인 수는 2001년 40개 필지에서 2011년 46개 필지로 증가했고, 최근 몇 해 사이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다. 땅을 산 뒤 해당 필지로 이사를 와서 실거주자가 된 사례를 고려하면 용수천 주변에서 오랜 시간 살아온 주민은 훨씬 적다.

토박이 주민들은 "몇 해 사이 외지인들이 들어와 넓은 마당의 고급 전원주택을 짓는 등 예전의 동네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보호구역 해제로 기존 주민이 혜택을 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상당수 외지인이 이익을 누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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