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지인 소유 땅 절반, 보호 해제 신청 7년간 사들여

대구 동구 용수천 주변 땅이 외지인의 투자와 투기 대상으로 전락했다. 공산댐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와 맞물려 외지인 소유가 늘었다. 대구 시내 다른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경상북도와 서울시, 경기도 등 먼 곳에 거주하면서 땅을 사들인 사람도 생겨났다. 예산 수백억원을 투입한 과실을 외지인이 누리는 상황이다.

◆용수천의 낯선 풍경과 사람

24일 오후 2시쯤 동구 팔공산 자락 용수천. 작은 개천 옆으로 폭 3~5m의 좁은 도로가 이어졌고, 전봇대에는 부동산 거래 광고 전단이 붙어 있었다. '땅 촌집 사실 분 파실 분'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전원주택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붉은 벽돌이나 나무로 지은 전원주택 역시 곳곳에 들어섰다.

용수천 인근 땅 상당수는 지난해 10월 상수원보호구역에서 해제됐다. 미곡동과 용수동, 신무동 등이 그 대상이다. 평생 용수동에서 살아온 최모(63) 씨는 "마을로 들어온 외지인들은 기존 주민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며 "외지인들은 1주일에 한두 번씩 들르거나 주말에만 거주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호구역에서 해제된 용수동 391-1번지는 외지인이 들어와 산다. 이 땅은 2004년 11월에 지목변경이 됐다. 답(논)에서 대지로 바뀌어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됐는데 지목변경 한 달 전에 경산에 사는 김모(75) 씨가 사들였다. 그로부터 한 해 사이 땅값이 폭등했다. 2004년 공시지가 1㎡당 3만2천700원에서 지목변경 다음 해 11만8천원으로 3.6배가 뛰었다. 김 씨는 매입 1년 뒤인 2005년 10월 대구 서구 비산동 주민에게 다시 땅을 팔았다. 새로 산 사람은 당시 27세였다.

용수동 664-4번지도 비슷한 시기인 2005년 10월 지목이 전(밭)에서 대지로 변경됐다. 1992년부터 땅을 소유해온 대구 수성구의 박모 씨가 2004년 11월에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박 씨는 5개월 뒤인 2005년 4월 대구 동구 미대동 주민에게 팔았고, 같은 해 10월 18일에는 수성구 주민이 새롭게 땅주인이 됐다. 그러고는 불과 사흘 지나서 지목변경이 이뤄졌다. 2011년에는 남구 대명동 주민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이 대지는 매매 시점을 전후해 땅값이 요동쳤다. 1㎡당 공시지가가 2005년 5만1천원에서 2007년 17만5천원으로 3.4배 올랐다. 다시 주인이 바뀐 2011년 18만5천원이던 공시지가는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와 맞물려 올해 24만9천700원까지 올랐다. 최근 6년 사이 35%(6만4천700원) 상승했다.

용수동 802-2번지는 소유자가 경기도 수원시에 산다. 주인은 26세이던 2014년에 땅을 증여받았다. 미곡동 332번지는 외지의 자녀에게 상속한 경우다. 오랜 기간 땅을 갖고 있던 자녀가 2002년 3월 다른 외지인에게 팔았고, 한 달 뒤 지목이 전(밭)에서 대지로 바뀌었다. 이후에 외지인 손을 거쳐 2014년 경기도 안양시의 한 주민(당시 29세)이 사들였다.

◆누가 보호구역 해제의 덕을 보는가

용수천 주변의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토지(대지) 중 절반 가까이는 외지인 소유다. 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 이달 10일 기준으로 미곡'용수'신무동 115개 필지 중 51곳(44.3%)의 주인이 외지에 주소를 뒀다. 시유지와 문중 땅을 제외하면 외지인 비중은 50.5%로 높아진다. 면적으로 보면 외지인의 51개 필지가 1만9천385㎡로 42.9%를 차지한다.

외지인들의 거주지는 대구 시내 다른 지역이 38건(74.5%)으로 가장 많았다. 구별로 보면 수성구가 14건으로 가장 많은 가운데 범어동(5개 필지), 만촌동(4개)에 주로 몰려 있었다. 동구는 13건이었으며 용수천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지묘동(5개), 불로동(3개), 신암동(3개), 봉무동(1개), 효목동(1개) 등지 주민이 땅을 갖고 있었다. 이 밖에도 달서구(4개)와 남구(2개), 북구(2개), 달성군(2개), 서구(1개) 등 대구 곳곳에 땅 주인이 있었다.

외지인 4명 중 1명(13개)은 대구를 벗어났다. 경산과 안동, 경주, 포항 등지 거주자가 5개 필지를 소유했다. 서울의 4개 필지를 포함해 경기도와 인천에 사는 외지인도 있었다.

외지인들의 소유 시점은 2010년 이후가 27개 필지로 절반이 넘는다. 이 가운데서도 2013년(6개)과 2014년(5개), 2016년(4개)에 집중돼 있다. 2009년 8월 환경부가 보호구역 일부 해제 사업계획을 조건부 승인한 이후 투자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유 방법은 매매가 많았다. 3명 중 2명인 35개 필지(68.6%)가 매매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이어 9개 필지(17.6%)가 상속이었고, 증여는 5개 필지(9.8%)로 확인됐다. 실거주자로 분류된 사람 중에도 사실상 외지인이 있다. 외지인이 갖고 있다가 2010~2017년 사이 실거주자로 바뀐 곳이 10개 필지나 된다. 실거주자 64개 필지 중 15.6% 비중으로 용수천 일대 토박이 주민이 아닌 사람이 더 많은 것이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처장은 "보호구역 해제나 용도 변경 등 땅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있는 곳에는 예외 없이 외지의 돈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며 "사업 추진 전에 토지 소유 현황을 파악해야 하고, 거래 규제나 보유세 도입 등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투자와 투기를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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