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대구역 '대면형 보이스피싱' 주의보

최근 동대구역을 중심으로 보이스피싱 범죄가 증가하자 대구경찰청과 동부경찰서가 물품보관함 등에 주의를 당부하는 스티커를 붙였다.
최근 동대구역을 중심으로 보이스피싱 범죄가 증가하자 대구경찰청과 동부경찰서가 물품보관함 등에 주의를 당부하는 스티커를 붙였다.

경북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26) 씨는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5년 동안 모은 4천만원을 잃었다. 서울경찰청 소속 수사관을 사칭한 이들은 "최근 발생한 사기 사건에 계좌가 이용됐다. 공범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이니 보유 현금을 모두 인출해 동대구역 물품보관함에 맡겨라"고 했다. A씨가 속았다는 걸 알아챘을 땐 이미 돈이 사라진 뒤였다.

A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도 분을 삭이지 못했다. 같은 날 오전에도 경남 마산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B(29) 씨가 비슷한 내용에 속아 같은 장소에서 3천만원을 건넸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8월부터 동대구역을 중심으로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최근 피해자를 동대구역으로 유인해 거액의 현금을 가로채는 대면형 보이스피싱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26일 대구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올해 동구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 11건(피해액 약 3억원) 가운데 5건이 지난 8월부터 두 달여 동안 동대구역을 무대로 벌어졌다.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교통이 편리한 동대구역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주로 사회초년생인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삼았다. 경험이 많지 않은데다 어렵게 돈을 모으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꾐에 더욱 쉽게 넘어간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지난 8월에는 서울에 사는 C(24) 씨가 대구혁신도시 내 공공기관에 면접을 보러 가던 중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1천300만원을 빼앗겼다.

김재달 동부경찰서 수사과장은 "피해자가 경찰서 앞에 주저앉아 '오랫동안 인턴 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을 모두 날렸다'며 울부짖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며 "보이스피싱은 피해자들의 절박함을 이용하는 악질 범죄"라고 말했다.

경찰은 금융기관 등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1천만원 상당의 현금 인출 시 경찰에 알리기만 해도 범죄를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들에게 '현금을 인출할 때 중고차대금, 전세보증금, 결혼자금, 해외여행 경비 등으로 둘러대라'고 지시하는데 이런 전화를 받으면 이유를 막론하고 무조건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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