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회적 정의로 대변되는 용어가 '적폐청산'이다.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 어떤 일이나 부정적인 요소 따위를 깨끗이 정리해 결말을 짓는다는 뜻이다.
최근 47년간 오직 이 나라 구국과 발전에 헌신한 새마을운동이 적폐청산 시비에 휘말렸다. 정부는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의 주요 업무인 새마을운동 관련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내년부터는 신규 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방침이다. 또한 새마을운동 정신과 농축산 기술을 개도국에 전수하는 '새마을청년봉사단'도 폐지키로 했다. 전국 관공서와 가로변에 게양된 새마을운동 깃발이 적폐로 내몰리고 있다. 분명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 새마을운동을 함께하고 진작(振作)하여 온 입장에서 울결(鬱結·가슴이 답답하게 막힘)하여 불편하다.
근대화의 상징인 새마을운동이 침몰하고 있다. 필시 박근혜 정부의 좌초와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 위구(危懼·염려하고 두려워함)는 기우일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발자취도 함몰하고 있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1970년대 한국사회의 환경은 모든 영역에서 열악했고 빈약했다. 새마을운동이 주창되기 이전 1960년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81달러였다. 새마을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1970년대에는 무려 6천달러로 약 74배가 증가했다. 놀라운 변화이고 발전이다.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대한민국의 압축 성장은 부러움과 연구의 대상이다. 새마을운동이 빈곤한 한국 사회를 변모시키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음이 국내외 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었다. 새마을운동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몸부림이었고 목적지향적 운동이었다. 요즘 회자되는 '지역공동체'의 기본정신은 새마을운동과 등거리다.
새마을운동이 척결되어야 할 적폐라는 주장은 용납할 수 없다. 과거 새마을지도자들의 신념과 헌신은 내 가족, 내 마을, 내 나라의 발전과 변화를 이끌었다. 그들은 모두가 애국자였다. 무분별한 적폐청산에 새마을운동이 무참히 희생될 수는 없다. 새마을운동의 순수한 가치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감정과 엄연히 변별되어야 마땅하다. 새마을운동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의정부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도 전개되었고 지원되었다.
오늘날 새마을운동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UNDP(유엔개발계획)는 새마을운동을 기반으로 신농촌 개발 패러다임과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 모델로 관심받고 있다. 한국에 새마을운동의 전수를 요청한 국가도 2013년 13개 국가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52개국에 이르렀다. 해외에 조성된 새마을시범마을은 26개국 396개 마을에 달한다. 대한민국의 경험이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그들에게 새마을운동은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다. K팝, K푸드, K컬처, K무비에 K새마을운동이 더해지고 있다.
2013년 새마을운동은 유네스코 기록물유산에 등재됐다. 등재심사위원장 '잔 보스'는 새마을운동은 가난 극복에 성공적이었고 다른 나라에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마을운동은 우리 손으로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자산이고 유산이다.
새마을운동은 정권의 풍파에 좌·우 이념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성향에 따라 새마을운동이 부침(浮沈)될 일인가? 새마을운동은 정쟁(政爭)에 오염될 일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은 창씨개명(創氏改名) 등을 통해 우리의 문화를 말살하려 했다. 우리의 유산인 새마을운동을 스스로 학살(虐殺)하는 우(愚)를 범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전국 200만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새마을중앙회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사회봉사단체다. 크고 작은 마을행사장에서 국가 재난현장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수고와 봉사의 손길이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먼 이국땅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새마을기가 드높이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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