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예상하는 2025년 한국 인구는 4천900만 명. 이때쯤 노인인구는 1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으로 초고령사회에 해당한다. 젊은 층 1명이 노인(55세 이상) 1인을 부양해야 돼 '젊은 게 죄'인 세상이 된다.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라는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일찍 초고령사회를 맞았다. 이제 8년 후면 일본이 겪었던 초고령사회 모습이 우리나라에서도 현실이 된다. 이 책은 고령사회를 앞둔 한국 사회가 앞으로 닥칠 문제들을 예견하고 준비하는 데 유용한 지침서가 된다.
1부에서는 일본의 '고령화 솔루션'에 대해 다루고 있다. 고령층이 많아지고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당면하게 되는 과제들을 일본은 어떻게 대처해 가는지 주목하고 있다.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노인들이 만들어 가는 그들만의 '실버 문화'다. 일본 고령층의 한복판에 '단카이(團塊) 세대'가 있다. 1947년부터 49년 사이에 태어난 전후 베이비부머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 세대는 일본의 고도성장과 쇠퇴기를 함께하며 일본의 새로운 실버문화를 만들었다. 이 세대의 특징은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한다'는 평생 현역을 당연시한다.
이런 진취적 노년 세대들이 은퇴 후 사회활동이나 자기계발에도 적극적인 것은 물론이다. 외국어에 능한 시니어들은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통역 가이드 일을 한다. 방문 외국인에게 무료 안내 서비스를 펼치는 '도쿄 프리 가이드' 회원의 20%가 60세 이상 노인들이다.
조금 여유가 있는 계층은 해외유학을 떠나기도 한다. 노인들은 '시니어 유학'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짧게는 3주, 길게는 3개월까지 어학을 배우고 현지 문화도 체험할 수 있다. 비용은 1개월 코스 기준 뉴질랜드 450만원, 캐나다 480만원, 영국 500만원 정도다.
정부, 자치단체 차원의 실버정책도 다양하다. 화장품 회사와 연계해 치매노인 시설을 찾아다니며 화장을 해주고, 대형 점포 안에는 고령자 간병센터인 '케어 편의점'을 설치한다. 쿠폰을 발행해 칩거하는 노인들을 자원봉사 현장으로 이끌어내는 지자체도 있다.
초고령사회가 낳은 일본 사회의 새로운 풍속도도 눈길을 끈다. 홀몸노인들을 위한 '고독사 보험'이 있고, 노인들이 비운 집을 관리해주는 '빈집 관리사',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여행을 도와주는 '트레벌 헬퍼'도 있다.
실버용품도 점점 과학화, 첨단화되고 있다. 노인들의 말벗이 돼주는 AI 로봇, 입으면 저절로 걷게 되는 IT 웨어, 시골의 노모를 지켜주는 모바일 앱이나 가전제품, 지킴이 서비스도 많다.
저자는 고령화사회라고 해서 반드시 어둡고 부정적인 것만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 노화를 혐오하고 부정하는 인식을 버리고 늙음과 죽음을 자연스럽고 존엄하게 여기는 문화로 바꿔가자고 강조한다.
이런 발상의 전환은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실버산업이라는 새로운 수요층이 생겨나 그 나름의 틈새시장을 형성할 수도 있다는 것. 현재 일본에서는 이런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연금수령일이 되면 노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러브호텔과 고령자 쇼핑몰 같은 타깃 마케팅이 성업하는 것이 그 방증이다.
비즈니스의 타깃이 중'장년층에서 고령 세대로 옮겨간다는 일본의 '시니어 시프트' 사례에서 보듯 한국에서 노인들이 생산, 투자, 소비활동을 견인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284쪽, 1만6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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