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여행에 대한 욕구는 똑같습니다. 대구에 살면서도 근대문화골목과 김광석길을 제대로 둘러본 적이 없어 괜스레 억울했는데 이렇게 직접 돌아보니 너무 행복하고 즐겁네요."
27일 오전 10시 대구 중구 동산동 청라언덕. 대구지체장애인협회와 대구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온 시각'지체장애인 60여 명이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앞다퉈 선교사 주택과 제일교회 건물 사잇길로 접어들었다. 달구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주최한 '근대골목'김광석길 무장애 여행' 참가자들이다. 지체장애인들은 전동 휠체어를 탔고 시각장애인들은 담당 보조사의 팔을 꼭 붙잡고 걸어야 했지만 여행을 시작하며 설레는 마음은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이들은 청라언덕을 출발해 ▷3'1운동만세길 ▷계산성당 ▷이상화'서상돈 고택 ▷약령시 한의약박물관으로 이어지는 '근대문화골목 제2코스'를 둘러본 뒤 오후에는 김광석 다시그리기길로 향해 김광석 동상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는 등 풍성한 가을 나들이를 즐겼다. 여행 내내 참가자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네살 때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지체장애 2급을 앓는 김수용(56) 씨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골목 이곳저곳을 누비며 연신 뿌듯한 표정이었다. 대구에 살면서도 여행을 다닐 엄두가 안 나 근대골목이나 김광석길에는 처음 와 본다고 했다. 김 씨는 "바닥에 조그만 홈만 파여 있어도 이동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에게 오늘처럼 유명 관광지를 돌아보는 일은 일생에 남을 기억"이라며 즐거워했다.
시력이 몹시 나쁘거나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도 여행을 만끽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약령시를 지나면서는 한약재의 은은한 향기를 맡고 '이곳이 약령시구나'라며 좋아했고, 김광석길에서는 흘러나오는 김광석의 음악에 눈물지었다. 스스로도 시각장애인이면서 문화해설사로 참가자들을 이끈 이동희(37'시각장애 1급) 씨는 "입체 모형을 만져보면서 근대골목 건축물들의 모습을 익혔고 김광석길의 벽화들은 아예 순서대로 설명을 다 외우고 있다"면서 "시각장애인의 여행은 만져보고 느끼는 '오감 체험'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볼 수 없다고 여행도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참가자들은 아직 한국 관광지들이 '무장애 여행'을 즐기기엔 많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근대골목은 휠체어용 경사로와 촉지 벽화 등이 설치돼 지난 2015년 한국관광공사에서 '열린 관광지'로 선정됐을 정도이지만 여전히 일부 구간 경사와 울퉁불퉁한 도로 포장이 이동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 김승혜(34) 씨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정말 잘 된 곳은 이동 장애물이 없는 것은 물론 입체 모형이나 점자를 모두 갖춰 관광을 즐기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면서 "굳이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는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부족한 편"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관광지에 문화해설사 외에도 장애인을 위한 보조원을 배치하고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가이드북을 만드는 등 보다 피부에 와 닿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무장애 여행(Barrier Free Travel): 장애인과 노약자, 영'유아 등 모든 관광객이 이동의 불편 및 관광 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이동'관광 편의시설을 갖춘 여행코스. 한국관광공사는 매년 장애물 없는 유명 관광지를 골라 '열린 관광지'로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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