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중 관계 복원, 사드 정당성 허물어선 안 돼

지난해 7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촉발된 한중 갈등이 해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560억달러 규모의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이 성사된 데 이어 24일에는 필리핀에서 양국 국방부 장관 회담이 사드 배치 이후 처음으로 열렸고, 지난 3월 중단됐던 중국의 방한(訪韓) 단체 관광객 모집도 재개되는 등 그 신호는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한층 더 구체적인 표현을 동원해 한중 관계 복원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중국은 한국과 함께 양국 관계의 발전이 맞닥뜨린 장애물을 극복하기를 원한다"며 "각 분야에서 점차 우호관계를 회복하고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더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한중 양국은 정상회담의 연내 개최를 추진 중이다.

사드 배치에 대한 이견 때문에 양국 관계가 수교 이후 최고의 위기에 봉착한 사실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상황 호전이 아닐 수 없다. 양국이 안보 면에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긴밀한 상호협조가 필요한 관계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관계 정상화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문제는 어떤 관계 정상화여야 하느냐는 점이다. 그것은 동등한 주권국가로서 상대국을 존중하는 관계로의 복원이어야 한다. 바꿔 말하면 자국의 패권적 이익을 위해 상대국의 안보 주권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전 물밑 논의에서 중국은 이런 호혜평등 원칙에 어긋나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사드 배치로 중국의 핵심 이익이 침해됐음을 한국이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사드 보복의 철회 및 유감 표명은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북한 핵'미사일에 맞선 방어 무기라는 사드의 실체를 계속 부정한다는 뜻이다. 결국 중국은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중국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사드 배치가 잘못임을 우리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전술핵 등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다른 무기의 배치가 필요해졌을 경우 중국이 또다시 같은 논리로 우리의 발목을 잡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안보를 위한 우리의 선택 범위를 스스로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청와대는 중국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 중이라고 한다. 유연하게 대응하되 원칙은 반드시 견지해야 한다. 사드 배치의 정당성을 스스로 허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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