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 지상 갤러리] <5>디자이너 스키아파렐리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 국립대구박물관<9월 9일~12월 3일>

'패션계의 초현실주의자'라고 불리는 이탈리아 출신의 여성 디자이너 엘자 스키아파렐리(Elsa Schiaparelli, 1890~1973)는 샤넬(Gabrielle Chanel, 1883~1971)과 함께 1930년대 파리 패션계를 주도하였다. 스키아파렐리는 20세기 가장 독창적인 패션디자이너로 손꼽히면서 전통의 개혁을 즐기며, 기상천외하고 톡특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패션 철학을 펼쳐냈다. 구두 모양의 모자, 갈비뼈 모양의 드레스와 같은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선보였고 서커스, 나비, 점성술과 같은 독특한 테마의 패션쇼로 패션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스키아파렐리의 재능은 단추에서 크게 두드러졌다. 그녀에게 단추는 물고기와 나비뿐 아니라 체스의 말, 막대사탕 등 자신의 상상력을 표현하는 매개체였으며 다른 디자이너들과는 달리 야외복에 생기를 불어넣는 묘약이었다. 그렇다고 값비싼 소재를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유약을 바른 세라믹, 채색메탈, 수지 등을 소재로 한 스키아파렐리의 단추는 그녀의 컬렉션이 갖는 테마와 항상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었다.

그녀가 추구하는 초현실주의의 작품을 위해 장 클레망, 장 슐룸베르제, 프랑수아 위고는 잠금이라는 용도와는 어울리지 않는 형태의 매우 기이한 단추들이나, 이와는 정반대로 아예 감금을 상징하는 단추들을 만들었으며, 그들이 만든 단추와 그녀의 의상을 연극 무대나 몽환적 공간으로 하나의 작품을 완성시켰다. 이런 작품으로는 줄타기 곡예사들이 견직물의 일종인 새틴 위로 미끄러지고, 고대에 유행했던 숫양의 머리 조각들이 외투의 잠금장치가 되었다. 닫혀진 작은 공간은 영원히 만개해 있는 꽃봉오리를 담고 있으며, 금으로 장식한 조약돌은 보석처럼 빛났다. 이 외에도 자코메티(1901~1966)의 금동 단추 '사이렌'처럼 예술가들도 스키아파렐리를 위해 작은 예술작품들을 선보였다.

엘자 스키아파렐리의 독특한 의상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후 등장한 여성적인 스타일 옷의 유행에 밀려나게 된다. 그렇지만 그녀의 창의적이고 초현실적인 디자인은 모스키노(1950~1994)나 장 폴 고티에(1952~) 등 후대 디자이너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주었으며 현시대까지 명성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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