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교수님께서 맡긴 일을 드디어 끝냈다. 조금 더 잘하고 싶어 손대다 보니 교수님이 생각했던 시간보다 훨씬 지난 때였다. 교수님께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씀하셨지만 마음에 있던 불안함과 불만족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이를 '완벽주의'라고 한다. 완벽주의자들은 무슨 일을 하든지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하고, 타인이 보기엔 괜찮은 결과물임에도 자신의 기준에 완벽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한다. 결과물을 완벽하게 완성하지 못한다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자신의 능력에 만족하지 못해 정신적 부담을 느낀다. 처음엔 나도 스스로 완벽주의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낸 결과물들을 보고 '내가 완벽주의자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시험도 과제도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치거나 내는 것이 아니라 꼭 마감 시간이 다 끝날 즈음에 빠르게 해결했다. 결과물이 완벽할 수가 없었다. 왜 이런 행동들이 고쳐지지 않을까 고민해 보니, 나는 완벽주의라기보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시간을 많이 투자한 일이, 잘하고 싶어 욕심냈던 일들이 남들이 보기에 훌륭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러면 내가 능력 없는 사람으로 보일 것 같아서, 시간이 없었다는 변명거리가 필요했다.
심리학자 캐롤 드웩은 그의 저서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즉 마음가짐에 따라 실패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고 얘기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하나는 태어날 때부터 능력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 '고정 마인드셋(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얼마든지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이다. 둘은 실패했을 때 결정적인 차이를 보이는데, 전자에게 실패는 능력의 한계이기에 엄청난 좌절과 자기비하를 안겨주고, 후자에게는 실패란 없으며 배우는 과정만이 있다.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를 바꾸겠다는 생각만으로 행동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일을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일을 마친 후 자신에게 얼마나 만족하느냐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모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완벽한 일이란 없다. 그 때문에 잘한다는 남의 칭찬보다 후회 없이 해냈다는 스스로의 만족이 더 중요하다. 만족이 쌓이다 보면 실패가 더는 두려운 것이 아닌 또 다른 만족을 얻을 기회로 느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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