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홍종학의 '내로남불'

사회경제적 계급은 부르주아면서 사회주의를 얘기하는 부류를 프랑스에서는 '고슈 카비아'(gauche caviar, 캐비어 좌파)라고 한다. 고급 요리인 철갑상어알을 먹을 정도로 부자이면서 입으로만 사회주의적 가치의 실현을 외친다는 경멸의 의미가 담긴 말이다. 이는 1980년대 사회당 출신 미테랑 대통령 정부에 대한 비판에서 처음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다.

그 시초는 알제리전쟁이 한창이던 19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9월 사르트르 등 프랑스 지식인 121명이 알제리 전쟁에 투입된 프랑스 병사들의 '항명'을 정당한 행위로 규정한 '알제리전쟁에서 복종하지 않을 권리 선언'을 한 진보적 잡지에 게재했다. 알제리 총독을 지냈으며 알제리 독립을 반대했던 자크 수스텔이 이를 보고 "아니 이건 모두 캐비어 좌파들이로군!"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프랑스 병사들은 알제리에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데 안전한 국내에서 캐비어나 먹으면서 '인권'이니 '저항'이니 하면서 고상한 척만 한다는 뜻이다.

이런 부류를 독일에서는 '토스카너 프락치온'(Toskaner Fraktion)이라고 하는데,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부자 분파'라는 뜻이다. 영국에서는 최고급 샴페인을 마신다는 의미로 '샴페인 좌파', 미국에서는 부자 동네인 뉴욕 센트럴파크 인근 5번가에 산다는 뜻에서 '5번가 리버럴'(5th Avenue Liberal)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2005년 범여권 386세대들의 자기모순적 행태들을 비꼬기 위해 사용한 이후 지금은 '캐비어 좌파'처럼 넓은 뜻을 갖게 된 '강남 좌파'가 있다.

이들 언행의 공통점은 자신에는 너무나 관대하고 남에게는 너무나 가혹하다는 점이다. 이런 '내로남불'의 이중성을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또 한 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의 중학생 딸은 상가 건물 일부를 증여받아 매달 500만원의 임대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홍 후보자는 부의 대물림을 강력히 비판해왔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여론이 심상치 않자 여당에서 홍 후보자의 딸이 성인이 될 때까지 예상되는 임대수익(약 2억5천만원)을 사회에 환원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웃음밖에 안 나온다. 여당의 전신인 새정치연합은 지난 2014년 안대희 총리 후보가 변호사 개업 5개월 만에 벌어들여 논란을 빚은 11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을 때 '신종 매관매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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