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화교 기업 피붙이를 후계자로
일본은 양자에게 가업 물려주기도 해
권투 도장 주인 늘 챔피언은 어려워
챔피언을 주인으로 모셔오면 가능
어젯밤 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스웨덴 대사관저에서 저녁을 먹었다. 누구에게는 항상 있는 일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신데렐라가 호박 마차를 타고 궁으로 간 것과 같은 시간이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지금 북유럽 4개국의 라이프 스타일을 선보이는 '리얼 노르딕 페어'가 진행되고 있는데, 안 회그룬드 주한 스웨덴 대사가 이와 관련된 사람들을 대사관저에 초빙해서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기에 꼽사리 끼었다.
여하튼 와인을 한 잔씩 들고 삼삼오오 흩어져 주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30·40대의, 그것도 서구에서 유학을 했다는 젊은 사업가들은 '일상의 여유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북유럽의 라이프 스타일'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같은 자리에 북유럽의 유기농 코튼 유아복을 수입한다는 일본 여성이 있어서, 북유럽만이 아니라 일본에 대한 이야기까지 넓혀졌다.
세계는 이렇게 하나가 되어가고 있는데, 젊은 사업가들은 일본 기업의 세습에 대해서 관심을 보였다. 사업가도 아니고 젊지도 않지만 여기서는 나도 할 말이 있었다.
아시아의 유교 자본주의를 운운할 때 그 특징으로 혈연 중심의 기업 세습을 말한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부정적'긍정적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한국, 중국, 아시아계, 화교계 기업은 혈연을 중시해서 피가 섞이지 않은 사람은 후계자로 삼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일본은 '의제적 혈연'을 맺은 양자를 후계자로 내세우기도 한다는 설명을 더한다.
기업까지는 모르겠는데, 일본에서는 300년이 된 우동집의 8대째 주인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도쿄대를 졸업한 장남이 우동집을 잇기 위해서 고향으로 내려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으로 대단한 집이라고 감탄했다. 복 받은 집안이다. 아들이 착해서 그렇지 만약에 아버지의 뜻을 거절했다면 우동집은 이 시점에서 문을 닫는 것일까? 이 집에는 대대로 아들이 있었을까? 장남이 가장 뛰어난 미각의 소유자로 우동의 맛을 지켜온 것일까? 이런 질문들이 머리를 맴돈다.
분명 자식 중에는 우동집이 싫다고 하는 이가 있었을 것이다. 싫다고는 하지 않아도 미각이 떨어져서 우동의 맛을 지킬 수 없는 장손도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대를 물린다는 것은 혈통의 전수가 아니라, 우동을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자에게의 전수였을 것이 분명하다. 자식 중 우동 만드는 일을 가장 잘하는 이에게 넘겼을 것이다. 그가 장남이 아니라도 말이다. 자식 중에 적합한 자가 없으면 일하는 자 중에서 가장 잘하는 이를 데릴사위로 맞이했을 것이며, 딸마저 없다면 양자를 들여서 대를 잇게 했을 것이다. 가장 우동 맛을 잘 낼 수 있는 사람이 대를 이으니 이 집 우동이 가장 맛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동네 권투 도장의 주인은 항상 국가 챔피언이다." 이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고 연속 가능성이 없다. 하지만 거꾸로 챔피언을 도장의 주인으로 모신다면 이 일은 언제까지나 이어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 아들에게 가장 큰 덩어리를 주고 데릴사위나 양자에게 가게를 계승시켜서는 안 된다. 대를 잇는 자에게 모든 것을 다 홀라당 넘겨야 한다.
최근 규슈의 한 사업가와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와 함께 온 회계사가 나에게 "당신은 서울에서 공부했습니까?"라는 질문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는 도쿄대학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회계사 일을 잇기 위해서 규슈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했다. 도쿄로 공부하러 가지 못한 아쉬움이 묻어 있는 질문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형은 의사이고 동생은 유치원을 운영한단다. 둘째아들이 총대를 메고 아버지의 뒤를 이은 셈이다. 희생이었을까, 영광이었을까. 여하튼 규슈의 사업가는 "얼마 전까지는 아버지와 함께 일을 했는데, 이제는 아들과 같이 일을 하니 2대에 걸친 파트너"라고 소개했다. 회계사의 아버지는 사업가의 아버지와도 일을 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덧붙였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젊은 사업가들과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이해하고 다가가고 싶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포항 찾은 한동훈 "박정희 때처럼 과학개발 100개년 계획 세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