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편두통으로 오인하기 쉬운 '뇌종양'

아침만 되면 지끈지끈…뇌가 보내는 이상 신호

김오룡 신경외과 교수
김오룡 신경외과 교수

두 아이의 엄마인 A(37) 씨는 최근 일어난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후부터 나타난 증상이다. A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은 건 지난 추석 때였다. 명절 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쓰러졌고, 정신을 차렸지만 딸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했다. 검사 결과, A씨는 뇌하수체 부위에 양성 종양이 생기는 두개인두종 진단을 받았고 응급 수술을 했다. 그러나 수술 후부터 과거와 최근 기억이 뒤죽박죽이 됐고, 현실과 꿈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뇌종양은 머리 안에 생기는 모든 종양을 말한다. 뇌종양은 흔한 질병은 아니지만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1만여 명이 뇌종양 진단을 받는다. 과거에는 50, 60대 중장년에게 주로 발병하는 것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들어 젊은 환자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 종양 발생한 부위가 예후에 큰 영향 미쳐

뇌종양은 발병 부위 등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된다. 뇌조직 자체에서 발병하는 신경교종 외에도 뇌를 둘러싼 뇌수막에서 발생하는 뇌수막종, 뇌하수체에서는 뇌하수체 종양과 두개인두종이 발병한다. 신경을 감싸는 신경초에 종양이 생기는 신경초종과 다른 부위에서 발생한 악성 종양이 뇌로 전이되는 전이성 뇌종양 등도 있다. 또한 치료 후 환자 회복이 잘되는 정도에 따라 4등급으로도 분류한다. 등급이 높을수록 치료 결과가 좋지 않으며 1'2등급은 양성 뇌종양, 3'4등급은 악성 뇌종양으로 본다.

뇌종양은 평균적으로 인구 10만 명당 10명이 발생한다. 두개골로 둘러싸인 폐쇄된 공간에서 종양이 자라는 탓에 비교적 초기에 증상이 나타난다. 뇌종양은 종양이 생긴 위치가 치료와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령 뇌간부에 생기는 종양은 조직 검사상 양성이라도 수술 시 위험이 크기 때문에 악성에 해당된다. 모양성 성상세포종도 조직 검사상에서는 양성이지만 뇌간부에 생기면 치료 방법이 거의 없어 1~2년 이상 생존하기 어렵다.

뇌종양은 CT나 MRI 등으로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폐암이나 유방암 등 다른 암이 뇌로 전이되는 전이성 뇌종양이 급격하게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폐암이나 유방암 치료에만 집중하다 보면 뇌로 전이된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뇌 검사가 필요하다.

◆ 구토를 동반한 두통이 계속된다면 의심해야

뇌종양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화학물질이나 대기오염 등 암 유발인자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거나,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기능을 잃는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바이러스 감염이나 외상, 방사선 노출 등도 뇌종양 발병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종양은 종양의 위치와 자라는 속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흔한 증상은 두통이다. 뇌종양 환자 중 60% 정도가 두통을 경험한다. 뇌종양이 커질수록 뇌압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통이 있다고 모두 뇌종양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침에 잠이 깰 정도로 심했다가 오후가 되면 두통이 나아지거나 ▷약을 복용해도 점점 심해지는 경우 ▷오심이나 구토를 동반하는 경우 ▷간질, 발작, 실신을 동반한 두통이라면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만성적인 두통을 편두통으로 오인하거나 장기간 계속되는 구토 증상을 속이 불편한 정도로 여기다가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두통과 구토가 지나치게 오랫동안 지속되고 한쪽 팔다리에 마비나 감각 이상 증상이 서서히 진행된다면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밖에도 시야가 갈수록 좁아지거나 인지기능 장애, 언어 장애 등이 계속되면 MRI 촬영을 하는 것이 좋다. 어린이의 경우 두통과 구토 증상이 지속되면서 잘 걷지 못한다면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 악성 뇌종양도 기술 발달로 생존율 높아지는 추세

뇌종양의 치료는 모든 수술 장비와 뇌기능 검사를 동원해 후유증을 최대한 줄이면서 종양을 완전히 줄이는 데 집중한다. 최근에는 수술 현미경과 미세수술 기구가 발달하고, 수술 과정에서 수술 항법장치와 감시장비 등을 활용하면서 치료 성적도 많이 높아졌다. 양성 뇌종양은 수술로 종양을 최대한 제거한다. 그러나 종양과 중요한 뇌 구조물 사이에 유착이 심해 수술 후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면 일부는 남겨둔 채 방사선 수술 등을 통해 제거하기도 한다. 양성 뇌종양의 5년 생존율은 평균 87%(78∼95%)로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완전한 제거가 어려운 악성 뇌종양 수술도 가능한 한 많은 부위를 제거하는 것이 목표다. 수술 후에는 방사선 치료 및 항암화학요법 등 광범위한 전신 치료에 들어가게 된다. 악성 뇌종양의 5년 생존율은 평균 32%(18∼48%)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수술기법이 발달하고, 수술 중 뇌신경 감시장치가 개발되면서 점차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수술뿐만 아니라 면역 요법과 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 모세혈관 신생 억제 및 암세포 이동 효소 차단 등의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김오룡 영남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종양 치료는 수술 시간이 길고 위험성이 높아 고도의 치료 기술이 필요하다"면서도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는 진단 기술과 미세 수술 기법 향상, 의료장비 발달 등에 힘입어 치료 성적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도움말 김오룡 영남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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