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래 어종 半 물 半' 월광수변공원

생태 교란 어종 퇴치 행사서 블루길 등 500여 마리 잡혀

대구 달서구의 월광수변공원이 외래 어종에 완전히 점령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물에 걸린 대부분의 물고기는 번식력이 강하고 토종 물고기 치어와 알을 포식하는 블루길이다. 달서구청 제공
대구 달서구의 월광수변공원이 외래 어종에 완전히 점령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물에 걸린 대부분의 물고기는 번식력이 강하고 토종 물고기 치어와 알을 포식하는 블루길이다. 달서구청 제공

대구 달서구 월광수변공원에서 외래 어종의 생태계 파괴(본지 5월 22일 자 10면 보도)가 심각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월 15일 월광수변공원 도원지. 해병대전우회 달서구지회 회원들이 고무보트에서 그물을 던질 때마다 외래종인 배스, 블루길, 붉은귀거북 등이 수십 마리씩 잡혔다. 월척급인 30㎝ 이상 크기의 개체도 적지 않았다. 외래 어종 포획을 위해 달서구청이 이날 마련한 '물고기데이' 행사에서 포획된 외래종은 무려 500여 마리에 이르렀다.

반면 토종 물고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장에 있던 공무원들도 "도원지에 외래 어종이 이렇게 많을지는 생각도 못 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해병대전우회 관계자는 "도원지가 외래 어종에 상당히 점령됐고 생태계 파괴도 심각한 지경"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행사는 일부 방문객의 방생으로 물고기 개체 수가 급증, 인근 주민들이 "물고기 비린내가 심하고 외래 어종도 자주 목격된다"는 민원을 제기하면서 이뤄졌다.

주민들에 따르면 도원지는 오랫동안 낚시 금지구역으로 묶이면서 외래 어종에 잠식당했다. 1998년 배스, 블루길 등 외래 어종이 생태계 교란 어종으로 지정되면서 전국적으로 퇴치사업이 시작됐으나 이곳은 낚시가 금지돼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사이 번식력 강하고 토종 물고기 알이나 치어를 잡아먹는 이들 어종이 상위 포식자로 도원지를 장악했다. 한 주민은 "붕어 같은 토종 물고기는 볼 수가 없다. 낚시가 오랫동안 금지된 탓에 '물 반 고기 반'이 되면서 비린내도 참기 어려울 지경"이라고 전했다.

행사에 참가한 낚시 전문가들은 수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 '루어 낚시'를 통해 외래 어종을 퇴치하거나 부분적으로 낚시 금지구역에서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 낚시인은 "오늘 포획되지 않은 외래 어종의 개체 수가 훨씬 많다. 생태계 보존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외래 어종을 솎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달서구청 관계자는 "앞으로 외래 어종 퇴치를 통해 도원지 생태계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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