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북도민 체육대회에 참석, "북이 갖고 있지 못한 민주주의가 우리의 밥이고 삶이고 평화"이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북의 미사일보다 백 배 천 배 강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체제가 북한보다 우월하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씀과는 달리, 진보'보수를 떠나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걱정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박근혜 정부의 실패가 위기를 불러왔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이 위기를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가중시키는 것은 아닌지 답답해한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만 봐도 그렇다. 일부 좌파 언론과 친문세력은 '숙의 민주주의 모범사례' '500명의 현자' 운운하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민주주의 체제는 복수정당제와 이해 당사자들의 집회 및 결사의 자유 보장이 핵심이다. 촛불혁명도 여기에서 출발했다. 경쟁하는 정당과 대의민주주의의 중심인 의회, 그리고 자율적 결사체를 그 근간으로 한다는 것이다.
국무총리 훈령으로 급조된 공론화위는 전문가를 배제하고 이해 당사자인 한수원 노조와 지역 주민이 참여하지 않았다. 원전 사고와 관련해 팩트(사실관계)가 틀린 내용이 제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론화위는 문제 삼지 않았다.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묻기 위한 공론화위임에도 임의로(?) '원전 발전 정책 방향'에 대한 문항을 넣고, '원전 축소'의견을 청와대는 '탈원전'의 명분으로 삼았다. 공론화위가 그렇게 모범적 사례라면 왜 탈원전 정책을 묻는 공론화위를 새로 만들지 않을까.
애당초 국가에너지정책의 100년 대계를 공론화위에 내맡긴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공론화위는 민주주의의 위협요소이다. 원전 공사 재개를 결정했다고 해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안도할 상황이 아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앞장서 주도하고 동조자들이 막강 파워를 발휘한 '힘내세요, 김이수' 검색 1위 건도 비뚤어진 여론조작이라는 점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만큼이나 민주주의 발전에 장애가 된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최고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에 대한 모독'이 되어 버렸다. 헌법재판소는 특정 정파의 이익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헌법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이어야 한다.
또 있다. 네이버의 기사 배열 조작사건은 우리 사회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SNS, 인터넷 여론이 얼마나 음모에 취약한지를 보여 준다. 물론 여론이 중요하지만, 겉으로 비친 여론이 민주주의의 전부가 아닌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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