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병수의 배낭 메고 세계 속으로] 세계 최고 휴양의 섬 발리

인도양 마주한 울루와뚜 사원, 신들도 비경에 취해 쉬어갈 듯

울루와뚜 사원에서 바라본 절벽 풍경. 울루와뚜 해변은 파도가 높아 전 세계 서퍼들이 즐겨 찾는다.
울루와뚜 사원에서 바라본 절벽 풍경. 울루와뚜 해변은 파도가 높아 전 세계 서퍼들이 즐겨 찾는다.
짐바란 해변은 해산물 요리와 일몰이 장관인 곳으로 유명하다.
짐바란 해변은 해산물 요리와 일몰이 장관인 곳으로 유명하다.

바다의 신 모시는 신성한 힌두사원

11세기경 해발 75m 절벽에 세워져

깎아지른 듯 이어진 해안절벽 비경

신혼여행객 북적대는 짐바란 해변

바닷가 백사장에 테이블 세팅 장관

해산물 먹으며 일몰 즐기기에 최고

발리 아궁산 화산 폭발 임박, 하루 1천여 건에 육박하는 지진 관측, 반경 10㎞ 주민 10여만 명 대피, 9월 27일 우리 정부는 여행경보를 황색경보(여행 자제)로 상향 조정. 매일 출근과 동시에 발리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추석 연휴를 이용하여 아내와 발리 편 항공권을 오래전에 예약해 두었기 때문. 10월 3일 발리 도착인데…. 자카르타에 거주하는 친구와 매일 메시지를 주고받는데 발리 편은 포기하고 자카르타로 와서 며칠 푹 쉬다 가란다. 다행히 9월 30일 기점으로 지진 관측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그리고 대피했던 현지인들도 속속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현지 공항 픽업과 하루 일정을 부탁한 현지인과 계속 카톡을 했는데 10월 2일이 되어서야 걱정하지 말고 들어오란다.

발리는 자바섬 동쪽 끝에 있는 섬으로 크기는 제주도의 약 3배, 인구는 380여만 명인 세계적인 휴양지이다. 중부는 해발 3,148m의 아궁산을 중심으로 산악지대가 넓게 형성되어 있다. 남쪽은 저지대로 주도인 덴파사르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여기에 머무른다. 밤늦게 김해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마닐라서 잠시 숨을 고르고 새벽에 발리를 향해 이륙했다.

필자는 여행 때마다 조그만 가방 하나만 메고 다닌다. 대부분의 저가항공사들은 수화물 운임료를 요구한다. 짐 찾는 시간을 없애고 용이한 이동을 위해 늘 짐은 단출하다. 여행 중 필요한 물건은 현지서 구입하면 된다. 좌석도 가능하면 앞좌석을 예약한다. 많은 나라에서 출입국 수속이 느려터진 경우가 많아 항상 빨리 나가 수속을 먼저 밟는다. '아궁'이라는 애칭을 사용하는 현지인이 마중 나왔다. 한국서 계속 카톡으로 정보를 교환한 터라 처음 보지만 낯설지가 않다. 자그마한 체구지만 선하게 생겼고 한국말을 곧잘 한다. 오늘 픽업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정을 함께하고 호텔에 데려다 주는 조건으로 미화 60달러에 계약했다. 5년 전 온 적이 있어 눈에 익은 건물들과 풍경들이 반갑게 다가온다.

한적한 길가의 조그만 식당에서 쌀국수로 아침을 때우고 울루와뚜 사원으로 갔다. 바다의 신을 모신다는 힌두사원으로 11세기경에 해발 75m 절벽 위에 세워져 16세기에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발리의 명소 중 한 곳이며 현지인들도 신성시하는 곳이라고 한다. 입장료는 3만루피아(약 3천원)이다. 천을 치마처럼 두른 샤롱(허리에 두르는 발리 전통의상)을 입고 입장해야 하는데 무료로 대여해 준다. 사원 앞에 탁 트인 인도양을 마주 보며 깎아지른 듯 길게 이어진 해안 절벽은 비경 중의 비경이다. 검푸른 바다를 등에 업고 끊임없이 부딪치며 부서지는 하얀 포말의 파도는 절벽 위에 펼쳐진 초록색과 한데 어울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훌륭한 그림을 만들어 낸다.

절벽을 타고 오르는 바람 소리를 뒤로하고 인근에 위치한 울루와뚜 해변으로 향했다. 이곳은 파도가 높아 세계적인 서퍼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해변은 절벽 아래 있으며 절벽 중간중간에 아슬하게 식당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식당에 자리 잡았다. 발아래 펼쳐지는 서퍼들의 묘기를 안주 삼아 시원한 빈탕맥주로 온몸을 축여본다. 발리 중심가인 르기안 거리에 제법 괜찮은 호텔을 예약해 두었다. 아내와 함께할 때는 늘 호텔에 신경을 쓴다. 호텔에서 짐을 풀고 잠시 여유를 가져본다. 투룸, 쓰리룸 형태의 방들이 많아 주로 가족 단위로 많이 이용한다. 호텔의 대부분 손님은 서양인들이다. 수영장 옆 식당과 바에는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시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도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았다. 바에서 생맥주를 주문하려고 종류를 물으니 직원은 대답은 않고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코리아라고 대답을 하니 "너희 나라 전쟁 일어나지 않나?" 하고 묻는다. 로켓 김과 크레이지 트럼프가 곧 충돌할 것 같다면서 걱정해 준다.

저녁은 짐바란 해변에서 하기로 하고 호텔을 나섰다. 짐바란 해변은 바닷가 백사장에 세팅한 테이블 위의 해산물 요리를 먹으면서 일몰을 즐기는 장소로 유명하다. 붉은 해가 조금씩 바닷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테이블 위의 촛불은 더욱더 로맨틱한 장면을 연출한다. 신혼여행을 많이 오는 곳이라 젊은 부부들이 많이 눈에 띈다. 바닷가 어둠을 틈타 우리도 30여 년 전 시절로 시계를 돌려본다. 내친김에 발리서 가장 크고 많이 찾는 스카이가든 나이트클럽으로 갔다. 어둡고 번쩍이는 조명과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적응될 무렵 클럽 안의 손님들은 족히 수백 명은 되어 보인다. 연식은 우리가 가장 오래되어 보이지만 지나치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모두 "하이" 하면서 손을 흔든다. 아내는 칵테일, 나는 맥주를 손에 들고 과거 1980년대식 춤으로 흔들어 보지만 음악과 몸동작이 따로따로다.

다음날 아침 래프팅을 하기 위해 신청한 현지여행사의 차량을 타고 아융강으로 갔다. 이곳의 래프팅 코스는 크게 아융강과 뜨라가와자강 두 곳이 있다. 아융강은 완만하고 편한 코스고, 뜨라가와자강은 경사가 심하고 스릴 만점이다. 물놀이를 워낙 좋아하는 필자는 원래 뜨라가와자강 코스를 원했지만 화산 폭발 위험으로 현재 출입금지 지역이라 어쩔 수 없이 아융강서 래프팅을 했다. 다행히 며칠째 비가 많이 와서 중간중간 협곡에는 물살이 거셌고 유속도 빨랐다. 어떤 곳은 보트를 뒤집어 버릴 정도로 휘감아 내려온다. 밀림 속 계곡을 따라 이어진 물길 위에서 2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현지 전통음식으로 차려진 야외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우붓으로 향했다. 우붓은 덴파사르 북쪽에 위치한 마지막 왕이 살았던 왕궁이 있으며 현재 그 후손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우붓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왕궁은 아담하고 소박하다. 바로 옆에 전통시장과 각종 상점 편의시설들이 밀집해 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원숭이 사원으로 갔다. 600여 마리의 원숭이가 서식하고 있으며 항상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5만루피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군데군데 많은 원숭이들과 마주친다. 소지품을 순식간에 채어 갈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 사원은 우거진 숲으로 덮여 있어 산책 코스로도 좋다.

호텔로 돌아오니 한밤중이다. '빡센' 일정으로 피곤한 몸을 호텔 마사지사에게 맡기고 피로를 풀었다. 갑자기 우레와 같은 소리에 하늘은 회색빛 먼지로 뒤덮이고 곳곳에서 사람들이 놀라 뛰쳐나온다. 화산 폭발이다. 방을 나가려는데 양손이 허공을 향해 움직이질 않는다. 갑자기 아내의 목소리가 내 귓전을 울린다. "왜 그래요 당신?" 마사지사가 내 양팔을 위로 당기면서 마지막 스트레칭을 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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