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 갈대가 있다면 산에는 억새가 있다. 갈대와 억새는 꽃이 피고 지는 계절과 생김새까지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둘 다 늦가을 풍경을 채우는 대명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엄연히 차이가 있다. 먼저 햇살에 비치는 빛깔이 다르다. 갈대는 이름대로 갈색빛 혹은 황금빛을 띠지만, 억새는 흰색에 가까운 은빛이나 흰색을 띤다. 높이도 다르다. 갈대는 2m 이상 자라는 키다리지만, 억새는 120㎝ 내외로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것도 특징이다. 억새는 솜털같이 부드럽게 흩날리는 반면 갈대는 좀 더 빳빳한 느낌도 있다.
내륙 지방인 대구 인근은 억새밭을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화왕산 정상(758m)의 억새 평원이다. 오래전 화산이 폭발해 형성된 산이라고 알려진 화왕산은 분화구를 중심으로 평원이 형성돼 있는데, 그 경계면을 따라 가야시대 축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왕산성이 있다. 천연의 요새인 기암절벽을 이용해 조성한 이 화왕산성 안쪽으로 가을이 되면 18만㎡(약 5만5천 평)의 광활한 억새밭이 펼쳐진다. 3년마다 정월대보름 맞이 억새 태우기 축제가 열렸던 이곳은 2009년 2월 화재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축제를 열지 않는다. 8년이 지난 지금은 과거의 상처는 사라진 채 은빛 물결만이 넘실댄다.
합천 황매산군립공원도 지금 억새의 은빛 물결로 일렁이고 있다. 특히 합천 황매산군립공원은 산 중턱인 해발 800m 고지에 조성된 주차장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해 오랜 시간 산을 오르지 않고도 쉽게 억새 평원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해가 지는 오후가 되면 새하얀 억새군락지에 붉은 석양이 대비되어 한폭의 그림 같은 장관을 그려낸다. 전국 최고의 철쭉 군락지로 유명한 황매산은 가을 억새군락지 외에도 조망이 좋은 정상, 은백색 화강암 기암괴석들을 이고 있는 모산재, 잘 조성된 등산로를 걸으며 구경하는 형형색색의 오색단풍 등 볼거리가 많다.
그 외에도 대구 인근에는 금호강 하중도를 비롯해 달성 비슬산, 밀양 재약산, 울산 태화강, 영남알프스 간월재 등지에서 은빛 억새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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