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실화다. 영화 속의 사건은 1987년 미네소타에서 발생한 것이다. 생존자들의 요청으로 등장인물은 가명을 사용했으며,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사건을 있는 그대로 재현했다." 1996년 개봉된 코엔 형제의 '파고' 첫 머리에 뜨는 자막이다.
1987년 미국 노스다코타주 파고의 한 자동차 딜러가 돈이 궁해지자 청부업자를 시켜 부잣집 딸인 아내를 납치하고 장인에게서 몸값을 뜯어내려다 처음 계획과는 달리 청부업자가 경찰관을 살해하고 마지막에는 아내까지 살해해 분쇄기에 시신을 갈아버린다는 엽기적 줄거리의 이 영화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시나리오상,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는 등 '대박'을 쳤다. 이는 코엔 형제 특유의 섬세한 연출과 탄탄한 이야기 전개 기법 때문이었지만 영화 속 이야기가 도저히 있을 것 같지 않은 실화라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실화가 아니었다. 자막은 영화의 재미를 위해 코엔 형제가 지어낸 것이다. 자막에서 사건이 발생한 장소라고 한 미네소타의 현지 언론은 1987년 미네소타에서는 그런 사건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뉴욕포스트지(紙)도 조사 결과 그런 사건이 없었음을 확인하고 코엔 형제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다. 대답이 걸작이었다. "그게 우리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어요."
그러나 이 말은 당시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파고'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굳어졌다. 얘기가 여기서 끝나면 코엔 형제는 '사기꾼'이겠지만, 코엔 형제는 기막힌 반전을 깔아놓고 있었다. 영화 맨 마지막에 아주 작은 글씨로 "모든 등장인물은 허구이다"란 자막을 넣어놓았던 것이다. 문제의 자막은 코엔 형제의 장난기가 돋보이는 '유쾌한' 속임수였다. 코엔 형제가 '사기'를 치고도 욕먹기는커녕 미국 독립영화의 대표 감독으로 사랑받는 이유다.
청와대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가족의 '쪼개기 격세(隔世)' 증여를 옹호하려고 없는 사실도 지어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세청 홈페이지에 그런 방법이 가장 합법적인 절세 방법이라고 소개돼 있다"고 했다. 이는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세금 절약 가이드'라는 책자를 두고 한 말 같은데 그런 내용은 전혀 없다. 오히려 소득이 없는 미성년 자녀에게 쪼개기 증여를 하면 가산세까지 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세청 자료를 제대로 보긴 했는지 모르겠다. 홍 후보자를 옹호해도 좀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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