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가 K리그 두 경기를 남기고 클래식 잔류를 확정 지었다. 리그 순위도 최소 8위를 확보했다. 8위는 2006년 7위에 이은 대구FC 역대 두 번째 좋은 성적이다. 그 중심에 안드레 루이스 알베스 산토스(45'브라질) 감독대행이 있다. 감독대행이긴 하지만 K리그 유일의 외국인 감독이자 K리그 외국인 선수 출신 1호 감독이다. 내년엔 정식 감독으로 새 시즌을 맞을 가능성도 적잖다. 대구FC 숙소에서 안드레 감독대행을 만났다. 인간미 폴폴 풍기는 안드레 감독대행의 축구 세상으로 들어가 봤다.
-먼저 K리그 클래식 잔류 감회'소감부터 한마디 해 달라
▷올해 팀의 목표가 1부리그 잔류였는데, 목표를 달성해 기쁘고 감격스럽다. 보통 승격하고 첫해가 제일 어려운데 고비를 잘 넘겨 다행이다.
-올 시즌 뭐가 제일 힘들었나
▷소통이다. 직접 소통하는 것과 통역을 통해 소통하는 것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의미가 다를 수 있고, 감정적인 부분도 직접 전달돼야 하는데 언어 때문에 그렇게 하기가 어려웠다.
-한국어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말은 거의 못한다. 그래도 한국 생활을 6년 정도 하다 보니 듣는 것은 조금 된다. 2개월 전부터 한국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한국에 이렇게 오래 있을지 몰랐다. 알았으면 더 일찍 시작했을 텐데 아쉽다.
-올 시즌 목표 달성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꼽자면
▷감독대행을 맡은 뒤 3일 현재 7승 11무 6패를 거뒀다. 득실차도 35득점 33실점으로 +2다. 대행을 하면서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선수들이 잘해줘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코칭스태프도 너무 많이 도와줬고, 특히 조광래 사장님의 축구 경험과 지식 등 조언이 큰 힘이 됐다. 축구 선수, 지도자로 많은 경험이 있는 분인 만큼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조언을 아낌없이 듣고자 했다. 경기 결과나 내용이 안 좋았을 때 찾아가 상담하고 조언을 받은 게 큰 힘이 됐다.
-감독대행 맡은 후 팀이 바뀐 것이 있다면
▷감독대행 맡은 뒤 먼저 실점을 줄이는데 중점을 뒀다. 실점을 줄이기 위해 수비 조직력, 수비 위치 등을 중점적으로 훈련했다. 11명이 다 수비를 해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많이 강조했다. 실점이 줄면서 볼 점유율 높이고 공격적인 축구를 접목하려고 했다.
-카리스마 있는 스타일은 아닌 거 같다. 귀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친근하고 푸근하고 선한 인상을 풍긴다. 선수단을 이끄는데 어려움은 없나
▷세상이 많이 변했다. 요즘은 오히려 선수 개개인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는 감독이 좋은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을 챙겨주고 함께 걱정하고 진심으로 대하는 게 더 중요하다. 칭찬도 많이 하고, 친구는 아니지만 친구처럼 지낸다. 물론 강하게 대해야 할 선수에게는 강하게 해야 한다. 때문에 선수 개인 성향부터 파악하고 디테일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9월 전북 현대와의 판정 시비 당시, 좀 더 강하게 항의해야 하지 않았나
▷그때 경기를 다시 돌아보면 아직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당시 승점을 땄더라면 그때 잔류를 확정 지을 수도 있었다. 나름대로 어필을 했지만, 심판이 이해를 못 했다. 그런데 더 강하게 어필했더라면 퇴장을 당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감독 퇴장은 무책임한 행동이기 때문에 화가 많이 났지만 참았다. 이기지 못해 속상하지만 그때 경기로 인해 선수, 구단, 서포터즈가 더 화합하고 끈끈해지는 등 긍정적 요인도 있었다.
-경기장에서 정장 대신 운동복만 입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감독대행이어서 정장을 입기 부담스러운 면도 있고, 운동복이 편하기도 하다. 또 대행으로 운동복 입고 경기에 나선 뒤 성적도 좋아 굳이 다른 복장으로 바꿀 필요도 못 느꼈다.
-한국과 인연을 맺은 지가 꽤 오래된 것으로 아는데
▷2000년에 당시 안양LG의 선수로 와서 3년간 생활했다. 첫해 도움왕을 차지하면서 팀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2000년과 2002년 두 차례 K리그 연말 베스트 11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 후 한국을 떠났다가 2015년 대구FC 코치로 오게 됐고, 3년을 대구에서 생활했다. 안양LG 시절 당시 현재 대구FC 대표이사인 조광래 사장님이 감독님이셨고, 이영진 전 대구FC 감독은 코치, 손현준 전 대구FC 감독은 동료 선수였다.
-한국, 대구 생활이 어떻나
▷한국에서 선수 생활할 때 좋은, 긍정적인 일이 많았고, 많은 경험을 했다. 그래서 대구FC에서 코치 제의가 왔을 때 브라질에서 2부리그 감독을 하고 있었지만 두 번 생각 안 하고 바로 왔다. 한국 사람들이 가족처럼, 친구처럼 잘 대해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현재 K리그 유일한 외국인 감독이다
▷영광스럽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하다. 한국에서 대행이라도 감독을 할 수 있다는 거 자체에 감사하고 있다. 자긍심도 들고 뿌듯하기도 하다. 기회를 주신 분들께 감사한다.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와는 관계는 어떻냐. 대표팀 감독까지 한 명장인데, 시어머니 같지는 않나
▷선수 시절 때 우승을 함께 나눴던 분이다. 그때부터 사장님의 축구 철학을 배우고 따르려고 노력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고, 존경심도 컸다. 선수 시절 때부터 축구 은사로 생각했다. 감독대행을 맡았을 때 분명 혼자서는 어려움을 많이 겪을 거라는 걸 알았다. 그러나 선수 시절 때도 얘기를 많이 나눴기 때문에 사장님이 많은 지식과 경험을 조언해주시고 도와주실 거라고 확신했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나에게 대구FC란
▷사랑이다. 마음을 주고 일할 수 있는 일터다.
-개인적인 목표와 포부가 있다면
▷포부, 목표를 밝히기 전에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 선수 식당, 구단, 프런트, 서포터즈, 팬, 시민 등 다 감사드린다. 믿어주시고 잘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지지'성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혹 감독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올 시즌을 잘 마무리한 만큼 이를 내년에도 잘 이어가 대구FC가 더 큰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다. 팬들에게 받았던 큰 사랑을 보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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