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하천에서 전투력 1위인 물고기는 가물치다. 최대 1m 가까이 자라나는데 강력한 턱과 날카로운 이빨, 폭군 같은 호전성까지 갖고 있어 물고기 중에는 대적할 상대가 없다. 우리나라 하천을 장악한 외래 어종인 배스나 블루길조차 가물치를 만나면 도망 다니기 바쁘다. 심지어 가물치는 황소개구리까지 잡아먹는다.
가물치의 생존력과 번식력은 경이적이다. 수컷은 유별난 부성애로 알과 치어를 보호한다. 다른 물고기들과 달리 공기 호흡을 할 수 있는 보조 호흡기관을 갖고 있어 수온이 높아 산소가 부족하거나 악취가 날 정도로 더러운 물에서도 잘 살아가며, 물 밖으로 기어나와 서식처를 옮길 만큼 적응력이 뛰어나다.
가물치의 원산지는 중국과 한국, 일본이다. 그런데 이 몬스터급 물고기가 지구 반대편 미국으로 원정을 가 그곳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고 한다. 가물치가 어떠한 경로로 미국 하천에 유입됐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2000년대 초반 미국 동부 연안 하천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배스 등 미국 토착 어종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 씨를 거의 말리고 있다. 미국 수도인 워싱턴에 흐르는 포토맥강의 경우 가물치 서식 밀도가 ㎢당 500마리나 될 정도라고 한다.
가물치를 처음 접한 미국인들은 "프랑켄슈타인 물고기가 등장했다"며 몸서리쳤다고 한다. 하기야 가물치의 영미권 이름이 'Snakehead' (뱀 대가리)인 점을 감안하면 이런 반응은 이상할 게 없다. 가물치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 심각해지자 미국 정부는 가물치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하고 대대적인 박멸에 나섰다. 식물성 살충제인 로테논을 살포하거나 가물치 낚시 대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먹어 없애는 것도 좋은 방편이라 생각했는지 가물치를 전문적으로 요리하는 레스토랑까지 생겨났다.
우리나라 하천이 미국의 토종 어류인 배스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듯이 가물치가 미국으로 넘어가 그곳 생태계 골칫덩이가 된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최근 대구 달서구청이 외래 어종 포획을 위해 월광수변공원 도원지에서 '물고기 데이' 행사를 벌였는데 토종 물고기는 거의 없고 배스, 블루길 등 외래 어종만 500여 마리 잡혔다고 한다. 도원지를 오랫동안 낚시 금지 구역으로 묶은 사이 천적 없는 외래 어종들이 저수지를 장악해 버린 것이다. 자연은 한 번 훼손되면 회복되기가 이처럼 어렵다. 해결사로 가물치라도 투입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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