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 시대 비틀기, 해학 50편…『우화』

잡지 4년 연재 글 모아 펴내, 돈·권리 가진 자들에 충고, 문명 세상에 딴죽 거는 얘기

아동문학가이자 동화작가인 서정오 씨가 세상의 교훈과 해학을 담은 우화집
아동문학가이자 동화작가인 서정오 씨가 세상의 교훈과 해학을 담은 우화집 '우화'를 펴냈다.

간결한 필치로 동심을 묘사한 글이 동화라면, 우화(寓話)는 거기에 교훈과 해학을 곁들인 장르다. 서양 문학에서도 주제를 나타내는 수사(修辭)나 은유의 표현 기교로 '알레고리'(Allegory)라는 장르가 발달했다.

이 책을 쓴 서정오 작가는 아동문학가이자 동화작가다. 전국 곳곳을 돌며 수집한 동화 시리즈가 10권이 넘고 단행본까지 합하면 20권이 넘는다. 방정환 이후 아동문학을 꽃피웠다는 작가가 이번엔 우화집 '우화'를 펴냈다.

저자는 "우화가 세상을 꼬집거나 일깨우려고 만든 이야기니 만큼 나름대로 세상을 '빗대어' 보았다"며 "시대적 교훈과 해학을 녹여낸다는 점에서 그 작업이 쉽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이 책엔 모두 50편의 글이 등장한다. 주제별로 5부로 나누고 각 부엔 10편의 글을 담았다.

1부 '여우의 충고'는 이 시대 '가진 자들'을 위한 충고를 담고 있다. 돈, 권력, 지식을 독점한 기득권층의 위선을 우화적 필치로 고발했다. 사회 현실을 외면하는 어용학자들에겐 메스를 들이댄다.

2부는 문명 세상에 딴죽을 거는 이야기들을 모았다. 수(數)에 매몰된 세태를 꼬집은 '숫자 나라 이야기' 등이 예화로 등장한다. 보라색 옷을 못 입게 하고 보라색을 쓰거나 입거나 먹는 것도 금지하는 어느 나라 예화를 통해 저자는 획일화된 사회를 고발하고 색깔로 편을 가르고 사상으로 국민들을 갈라놓는 정치를 고발한다.

3부 '백조마을로 간 보리'에서는 일그러지고 뒤틀린 우리 삶과 생각들이 빚어낸 얘기를 모았다. 산신령의 실수로 350년 미래 서울에 떨어진 김 선비가 돈을 신(神)으로 모시는 세태, 시장경제를 '돈 신을 모신 사당', 자동차를 '신분을 나타내는 물건'으로 비유하는 현실을 꼬집는다.

4부에서는 묵묵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약하고 어리석고 뒤처진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모았다. 느림보 바우가 달리기 경주에서 우승한 얘기, 늘 손해만 보는 거래를 했지만 마음만은 행복했던 농사꾼을 통해 이 땅의 약자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5부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를 패러디한 글로 채웠다. 잘 알려진 원본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며 현재의 시각으로 다시 정리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등 10편이 수록됐다.

이 책은 저자가 잡지 '개똥이네 집'에 4년 동안 연재했던 글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허명에 매인 권력자들의 횡포, 힘 있는 자들의 욕망, 강자에 빌붙는 지식인들의 말버릇, 가진 자들을 위해 복무하는 법 등은 저자의 예리한 붓끝에서 우화로, 경구(警句)로 정리됐다.

우화의 특징상 많은 주제들이 비틀기, 은유, 꼬집기를 통해 정리됐지만 저자는 이 풍자와 패러디가 누구를 특정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각자 삶의 방향이 다르고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굳이 누가 '빗댄 대상'을 묻는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것이 바로 정답'이라고 대답한다.

경북 안동 출신인 저자는 대구교대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어린이도서연구회에 몸담고 있으며, 옛 이야기연구회를 이끌고 있다. 저서로 '옛 이야기 들려주기' '옛 이야기보따리' 시리즈(모두 10권), '팥죽 할멈과 호랑이' '정신없는 도깨비' '옛 이야기 들려주기'가 있다. 275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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