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책이 좋다!

일주일 전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대망(大望) 책 갖고 있제? 빌려줄래?"

'대망'은 야마오카 소하치의 역사소설로, 원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출판사에 따라 12권 혹은 32권 한 세트로 나와 있는데, 얼핏 봐도 질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한 권이 620쪽이니 12권이면 7천440쪽이나 되고. 부지런히 읽어도 두어 달은 족히 걸린다. 친구가 이 책을 갑자기 찾은 이유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읽고 있다는 뉴스를 봤기 때문인지, 오래전부터 갈망하던 책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후자가 맞을 것이다.

어제 오전, 그 친구에게서 다시 문자가 왔다. "새벽 6시까지 대망을 읽었다. 정말 재미있다. 너무 졸려…ㅎㅎ" 50대 중반 나이에도 책 읽으며 밤을 꼬박 새우는 열정이 부럽다. 친구를 통해 가을이 독서의 계절임을 실감한다. 매일 아침, 대구지하철 객차 광고판에 적힌 문구를 볼 때마다 독서 욕구가 내면에서 솟구친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고,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빌 게이츠

근데, 책을 읽으면 왜 좋을까?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1'2' '최고경영자의 책읽기' '장정일의 독서일기' '문재인의 서재' 등을 훑어봤다. 여기에는 책 한 권으로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바꾼 흥미로운 얘기가 가득 실려 있으니 얼핏 금과옥조의 전형처럼 느껴진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통찰로 가득한 책을 만나지 못했다면….' '책을 통해 깊은 통찰력과 독창적이고 강력한 접근법을 터득해….' '책은 나의 앞길을 안내해주는 스승 역할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독서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인생을 알게 됐으며 사회에 대한 통찰력까지 얻었다"고 했다. 모두 찬양 일색이라 좀 부담스럽다. 독서의 유용성을 놓고 표현의 과장 혹은 감정의 과잉이 심한 것 같아 내심 거부감이 든다.

독서와 관련해 좋아하는 말이 있다. '멈춰 서서 돌아볼 기회를 준다.'(미국 작가 디팩 초프라) 여유와 격조가 느껴진다. 인터넷에서 본 글이 기억나는데, 디팩 초프라의 말과 비슷한 뉘앙스다. '책 한 권을 읽었다고 인생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책을 읽음으로써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사고의 전환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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