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칼럼] 중국몽 한국몽

5년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취임 일성은 '반부패'였다. 첫 여정을 부패와의 전쟁으로 시작한 셈이다. 그 칼끝은 자신이 몸담았고 자신을 키워준 공산당을 먼저 겨눴다. '치국(治國)은 치당(治黨)이 선행돼야 하며 치당은 반드시 종엄(從嚴)해야 한다'는 '종엄치당'이란 원칙이 섰다. 국가를 다스리려면 공산당 핵심 권력의 부패부터 먼저 엄히 다스리겠다는 의지였다.

그는 이를 위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기치를 내걸었다. '중국몽'(中國夢)을 천명했다. 이 꿈은 사회에 만연한 부패를 뿌리뽑지 않고서는 실현할 수 없는 꿈이었다. 이를 아는 시 주석은 입만 열면 청렴을 강조했다. 작가 청지룽(程繼隆)이 시 주석이 말한 청렴과 부패와 관련된 발언을 모아 105가지로 분류하고 해설을 붙였을 정도다.

그래도 부패한 관료를 찾으면 타호박승(打虎拍蠅'호랑이든 파리든 다 때려잡겠다)을 외치며 엄벌했다. 괄골요독(刮骨療毒'뼈를 깎아 독을 치료함)과 장사단완(壯士斷腕'장사가 팔을 끊음)의 용기로 반부패 투쟁을 밀어붙였다.

시장은 반응했다. 국유기업의 철옹성은 무너져 내리고 민간기업이 진출할 공간은 넓어졌다. 지난 5년간 종엄치당의 실천을 통해 민심을 다잡고 당과 국가의 각 사업에 든든한 뒷받침을 만들었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판단이다.

그럴 만한 것이 지난 5년간 중국은 다른 나라가 됐다. 2013~2016년 연평균 7.2%씩 성장했다. 세계 경제성장에 대한 연평균 공헌율을 31.6%까지 키웠다. 세계가 중국만 바라보고 중국의 눈치를 보게 만든 것이다. 2012년 14.5%이던 수력'풍력'원자력 등 청정에너지 비율은 19.7%로 높아졌다. 그 덕분에 화학적산소요구량(COD) 배출량은 2012년 대비 8.3% 줄었다. 늘 뿌옇던 베이징에서도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생기기 시작했다. 올 4월엔 텐저우(天舟) 1호 화물우주선을 발사해 우주정거장 텐궁(天宮) 2호와의 도킹에 성공했다. 지난해엔 '중국텐옌'(中國天眼)이라 불리는 세계 최대인 구경 500m짜리 전파망원경 가동을 시작했고 세계 첫 양자 과학실험 위성 뭐쯔(墨子'묵자호) 발사에도 성공했다. 양자통신은 현재 기술로는 유일하게 해킹이나 도청이 불가능한 첨단 통신방식이다. 지난 7월엔 홍콩 주하이 마카오를 잇는 세계 최장 해상대교인 강주아오(港珠澳)대교의 핵심공정인 해저터널 공사를 마무리했다. 중국은 첨단 과학기술과 막강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국굴기(大國崛起'대국이 일어서다)를 떨치기 시작했다.

5년 전 시 주석이 꾸었던 중국몽은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시주석은 지난달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중국몽을 32차례나 언급했다. 중국은 이제 미국을 넘어설 채비를 하고 있다. 2050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강한성당(强漢盛唐'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한나라와 문화가 융성한 당나라)의 세계 최강국으로 도약하는 꿈을 꾼다.

시진핑이 꾸는 중국몽이 우리나라에 어떤 충격을 줄 것인가. 지금도 우리나라는 중국을 이길 것이 별로 없다. 한국은 반도체를 빼고 제조업에서 중국보다 잘하는 것을 찾기 어렵다. 중국은 전기차'드론'2차전지 산업에서 세계 최강국으로 도약했다. 철강'자동차 등 생산량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공업제품이 200개를 훌쩍 넘는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선진국 코스프레에 여념이 없다.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최저임금 인상 등엔 적자 재정 정책이 지속된다. 저출산'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세계적 경쟁력을 키운 원자력 산업은 대통령의 탈원전 한마디에 고사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각종 규제 때문에 세계 100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중 57개 기업은 우리나라 같으면 시작도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산적한 과제를 두고 우리나라는 5년 전 10년 전 일로 날밤을 새고 있다. '내로남불' 인사들은 부끄럼 없이 고위직을 넘본다.

이제 우리나라야말로 한국을 세계 일류 국가로 만들어보겠다는 한국몽을 꾸어야 한다. 그런 꿈은 대개 지도자에게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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