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리오'는 각종 영화제와 일반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세계 살인의 수도'로 악명 높은 미국'멕시코의 국경도시 후아레스가 배경이다. 마약 조직 소탕 작전에 나선 미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의 일촉즉발 상황과 마약 카르텔의 잔혹성을 박진감 있게 그려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이 영화로 "범죄 스릴러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와 세밀한 심리 묘사 등 밀도 높은 제작 역량이 돋보인다. '시카리오'(Sicario'암살자)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잔인한 폭력이 스크린을 물들인다. 시카리오는 '시카'(Sica)라는 칼을 쓰는 고대 유대 열심당원 암살집단 '시카리'에서 나온 용어다. 멕시코'콜롬비아 등지의 살인청부업자를 뜻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그리려는 밑그림은 마약 조직의 잔혹성이나 피의 복수가 아니다.
감독은 법과 정의의 모호한 경계를 들춰낸다. 또 악과 법 그리고 원칙의 관계에 대해 묻는다. 이는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공권력과 무기력한 법 현실에 대한 연민이자 고발이다. 이런 고민은 범죄의 그림자가 드리운 인간사회 어디서든 있기 마련이다.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연일 공방의 초점이 되고 있다. 검찰이 3일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청와대가 2013년부터 매월 1억원씩 총 40억원의 국정원 자금을 받았다는 폭로가 나오면서다. 검찰은 작년 9월 "돈이 모자란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원에 2억원을 받을 것을 지시했다는 정호성 전 비서관의 진술도 공개했다.
국정원 특활비 문제는 그동안 여러 번 구설에 올랐다. 그런데 대통령을 비롯해 공직자들이 세금에 함부로 손댔다는 사실에 국민 분노가 크다. 비단 이번 사례만이 아니다. 역대 정권이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공직윤리에 무감각했다는 사실은 실망감을 넘어선다.
권력과 정보기관이 몰래 쓴 세금은 암살 무기인 '시카'와 다르지 않다. 특활비가 국민을 감시하고 정권 안보를 지키는 무기가 된 것이다. 영화에 "시계 구조를 알려고 하지 말고, 시계 침이 가리키는 것을 보라"는 대사가 나온다. 하지만 국민은 정치권력이 감춰온 어두운 이면을 들춰내고 벌할 권리가 있다. 만약 법과 원칙에 대한 고민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상황이 어떠했을까. 국정 농단 사태나 대통령직 파면, 강제 출당(黜黨)의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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