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메이저리그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LA 다저스를 누르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창단 55년 만의 첫 우승이라고 한다.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있는 휴스턴은 인구 230만 명의 도시다. 같은 생활권에 있는 인구까지 더하면 500만 명으로 대구경북을 합친 규모와 비슷하다. 미국 내 도시 순위도 대구와 같은 4위다.
휴스턴은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중 24개가 있을 정도로 잘사는 도시다. 이 도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 중에 하나가 텍사스 메디컬센터다. 휴스턴 도심 한가운데 5.6㎢ 면적에 54개의 의료 관련기관이 모여 있는 의료복합단지다.
대구로 따지면 서문시장부터 신천대로까지 도심 일대에 대구시내 대학병원을 다 모아놓은 셈이다. 각 대학병원은 각기 암, 신경, 외상, 소아 등 특성화된 병원을 운영한다. 의사만 2만여 명이고, 직원 10만여 명이 근무한다. 총 병상 수가 9천200개에 이르고 매년 800만 명의 환자가 이곳을 방문한다. 총 매출은 25조원으로 추산된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병원은 미국 내 암 치료 1위인 MD 앤더슨 암센터이다. 이외에도 베일러 의료센터, 텍사스대병원, 휴스턴 감리교 병원 등이 있다.
이 메디컬센터의 재원은 상당 부분이 기부와 후원으로 이뤄져 있다. 휴스턴은 비영리재단을 설립하고 토지를 매입, 기초시설을 건설한 후 99년 동안 1달러에 장기 임대하는 방식으로 60년에 걸쳐 이 단지를 조성했다. 각각 다른 분야에 특성화된 병원이 모여 있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선택과 집중, 협업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곳에 속한 개별 의료기관이 보스턴의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이나 존스홉킨스병원에 맞먹진 않지만, 텍사스 메디컬센터 자체는 전 세계 1위 의료복합단지다. 이곳에는 더 나은 치료를 받으려는 세계 각국의 부자 환자들이 방문한다. 세계 각지에서 몰리는 환자 덕분에 주변에는 특급 호텔이 즐비하고, 의료산업도 휴스턴의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대구도 이와 유사한 개념의 '메디시티'를 표방하고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조성 이후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휴스턴처럼 한 지역에 여러 의료기관이 밀집하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지역 밀착과 선택과 집중, 협업 등은 대구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지난 2004년 가을 이곳 메디컬센터에 있는 감리교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리그 챔피언십에 진출한 상태였다. 혈관촬영실의 의사는 수술 모자 대신에 야구모자를 쓰고 시술을 하고 있었고, 병원 직원들 중 상당수가 야구 유니폼을 입고 근무하고 있었다. 그해 월드시리즈 우승컵은 보스턴에 돌아갔다. 하지만 13년 후, 월드시리즈 우승컵이 메티컬센터의 중심인 판닌가를 지나는 모습을 봤다. 많은 인파 속에 그 의사도 웃으며 환호하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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